네덜란드 환경단체가 에너지 대기업을 상대로 다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둘러싼 기업 책임 논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네덜란드 환경단체 ‘지구의 벗’(Milieudefensie)은 27일(현지시간)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을 상대로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양측은 동일 사안을 두고 1심과 항소심에서 상반된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 단체는 이번 소송에서 쉘이 신규 석유·가스전 개발을 중단하고, 2030년부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항소심 판결에서도 기업의 기후 대응 의무 자체는 인정된 만큼, 이를 근거로 보다 구체적인 감축 책임을 다시 묻겠다는 입장이다.

‘스코프3 책임’ 인정과 한계…“구체적 감축 의무는 입증 부족”
앞서 2021년 네덜란드 법원은 쉘이 자사뿐 아니라 제품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 배출까지 포함해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5% 감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다국적 기업의 간접 배출 책임까지 인정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24년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항소법원은 특정 수치(45%)의 감축 의무를 강제할 만큼 충분한 과학적·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객의 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배출까지 기업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실효성이 낮다고 봤다. 특정 기업이 판매를 줄이더라도 소비는 다른 공급자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다만 항소 법원은 화석연료 소비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과, 쉘과 같은 대형 에너지 기업이 배출 감축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 자체는 인정했다.
“감축 의무 vs 에너지 현실”…기업 책임 범위 놓고 재충돌
환경단체는 쉘이 최근 2030년 이후에도 가스 생산과 판매를 확대할 계획을 밝힌 점을 문제 삼았다. 석유 생산 역시 축소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기업 전략이 국제 기후 협약 목표와 충돌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쉘은 이번 소송에 대해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향후 수십 년간 석유와 가스는 여전히 에너지 공급의 핵심”이라며 “세계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를 무시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사가 개발을 중단하더라도 해당 권리는 다른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며, 이는 전 지구적 배출 감축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기업의 법적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핵심 쟁점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스코프3’ 배출을 둘러싼 책임 논쟁이 향후 국제적 기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