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는 이달 19일 제38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신속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2035년 발전비중 30%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목표 제시는 물론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탄소감축 수단이 아니라 안보 자산으로 규정하는 인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중동 리스크, CBAM, RE100,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 등 세계 질서 변화 속에서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0GW가 실제 전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정부 계획은 방향은 맞지만, 여전히 한국 전력체계의 구조적 병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숨겨진 한계, 계통 포화
업계와 기후단체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는 한국은 재생에너지 부족보다 전력망 부족이 더 심각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 중심으로 100GW 보급을 추진한다. 특히 수도권·충청·강원권에 GW급 플래그십 단지를 구축하고, 산단·공장지붕·영농형·수상형 태양광을 대규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발전소를 못 짓는 것이 아니라 지은 전기를 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IEEFA 보고서는 한국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병목으로 송배전망 부족, 한전 중심 독점 구조, 비효율적 PPA·RPS 제도 등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한국은 계통 포화로 인해 접속 대기와 출력 제한(curtailement)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송전망 부족 때문에 계통에 연결되지 못한 태양광 설비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양광 설치와 전력 안정성은 별개의 문제다
정부 계획도 계통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계통보강 투자 및 접속절차 장기화로 재생에너지 수용여력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런데도 이번 계획은 여전히 '발전설비 확대' 중심이다. ESS 확대와 분산형 전력망 전환이 언급되지만, 구체적인 송전망 투자 규모·지역별 계통 확충 일정·시장 가격 개혁 로드맵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는 시급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재생에너지 시대의 핵심 인프라는 태양광 패널이 아니라 '전력망(grid)'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꾸준히 세계 에너지 투자에서 가장 부족한 분야로 전력망을 꼽은 바 있다. 발전설비 투자는 급증하지만 송전망 투자가 따라가지 못하면 전력안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더 구조적인 한계는 '100GW'와 '발전비중 30%'는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는 설비용량 100GW와 발전비중 30%를 함께 제시하였으나 설비용량(capacity)과 실제 발전량(generation)은 다르다.
‘친환경 전환’에서 ‘초고전력 사회’ 준비할 때
태양광은 낮에만 발전하고 계절·날씨 영향을 받는다. 한국처럼 산업용 전력수요가 크고 여름·겨울 피크 부하가 강한 구조에서는 단순 설비 확대만으로 안정적 전력체계를 만들 수 없다. 정부도 ESS 확대를 강조하지만, 현재 계획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의 산업과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 전기화, 냉난방 전력수요 등 다른 변수들도 점점 중요한 비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망도 2040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와 첨단산업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즉 한국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초고전력 사회'로 이동하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 보급량 지표보다 장주기 저장장치(long-duration storage), 실시간 전력시장, 지역 전력거래, 수요반응(DR), 계통 혼잡 가격 신호, 유연성 자원 시장 같은 전력시장 구조 개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한국 전력시장의 구조적 가격 왜곡을 분석한 연구는 현재의 비용기반 전력시장(CBP)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 유연성을 오히려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보다 더 어려운 과제는 '재생에너지 중심 시스템 운영'이다.

‘소득 공유’만으로는 수용성을 만들 수 없다
특히 이를 위해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지역수용성 관련 대안인 '소득' 논의는 주목된다. 정부는 “햇빛·바람·계통소득 전국 확산”과 주민참여형 모델을 강조한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확대는 중앙집중형 화석연료 체계보다 지역경제에 더 많은 이익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주민수용성은 단순 수익배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의 재생에너지 갈등은 경관 훼손, 농지 훼손, 환경성, 주민 참여 배제, 외부 자본 중심 개발, 송전선 갈등 등 다층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따라서 '보상 모델'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지역 주도형 에너지 거버넌스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기후·에너지 전문가들도 중앙집중형 송전망 확대만으로는 100GW 달성이 어렵고, 지역이 직접 생산·소비·거래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으로는 "전기를 어디서 생산하느냐"보다 "지역이 얼마나 전력 시스템의 주체가 되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전환기이다.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를 운영할 역량은 있는가
정부는 태양광·풍력 산업을 '제2의 반도체·조선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 스스로도 국산 태양광 모듈 비중이 크게 하락했다고 인정한다. 특히 중국은 이미 태양광 제조에서 압도적 규모를 확보했다. 중국은 2024년 이미 2030년 목표였던 풍력·태양광 1200GW를 조기 달성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단순 제조 경쟁으로 승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한국은 차세대 전력망 SW, ESS·배터리 통합 운영, 전력 AI, 분산형 전력시장 플랫폼, 전력반도체, 해상풍력 유지보수(O&M), 산업단지 에너지 통합관리 등에 역점을 줄 필요가 있다. 즉 '패널 제조국'보다 '전력시스템 운영 강국' 전략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이때 더욱 필요한 것은 전력체계 개혁의 속도와 내용이다.
이번 계획은 분명 과거보다 진전된 재생에너지 전략이다. 특히 에너지안보와 산업전략을 결합한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국은 더 이상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설치할 것인가'의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간헐적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 전력망 확충 로드맵의 구체적 공개, 실시간·지역 기반 전력시장 개혁, 장주기 ESS 및 유연성 자원 투자 확대, 지역 에너지 자치와 분산형 거래 활성화 등의 로드맵과 내용을 추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시대의 핵심은 전력망·시장·저장·지역 거버넌스에 있다. 100GW는 시작일 뿐이다. 지금부터 과제는 그 전기를 '사회 시스템'으로 바꾸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