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6개 주 법무장관, 주요 회계법인에 경고…트럼프 정부 반ESG 기조 확산
미 16개 주 법무장관, 주요 회계법인에 경고…트럼프 정부 반ESG 기조 확산
IFAC·AICPA·CIMA 조사에 따르면 세계 대기업의 4분의 3이 지속가능성 정보의 일부에 대해 이미 외부 검증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회계법인이 검증을 담당하는 비중은 59%에 이른다. 결국 이번 사안의 더 큰 파장은 ‘기후공시의 종말’보다는 미국과 유럽·아시아 사이의 공시체계 분절이 심화되는 데 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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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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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소속 16개 주 법무장관이 딜로이트(Deloitte), EY, KPMG, PwC 등 ‘빅4’ 회계법인에 기후 관련 정보공개 활동이 감사인의 독립성과 주 소비자보호법 등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차원에서 기후·ESG 관련 규제를 잇달아 후퇴시키는 가운데,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정부 차원의 반ESG 압박이 회계·감사 산업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네브래스카주 법무장관실에 따르면 네브래스카·텍사스·알래스카·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이 주도한 16개 주 연합은 지난 8월24일 빅4에 서한을 보내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지지해온 활동과 감사인의 독립성·객관성이 양립할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4개 대형 회계법인. 이미지 출처: AI가 제작.

빅4 기후공시 활동에 ‘이해상충’ 의혹 제기

앨라배마, 아칸소, 아이다호, 아이오와, 미시시피, 몬태나,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우스다코타, 웨스트버지니아주 법무장관도 서한에 참여했다.

법무장관들은 빅4가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의 공시 체계를 지원하고, 올해 해산된 넷제로 금융서비스 제공업체 연합(NZFSPA)의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으며,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마련한 지속가능성·기후 공시기준을 글로벌 기준으로 채택하는 것을 지지해온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회계법인이 한편으로 기후공시 확대를 지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기업에 관련 자문·보고·검증 서비스를 판매한다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무장관들은 회계법인이 스스로를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감사기관이라고 광고하면서 동시에 특정 기후공시 제도와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행위가 일부 주의 불공정·기만적 행위 및 관행(UDAP) 관련 소비자보호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친트럼프 주지사들 "기후공시 비용 결국 소비자 부담"

또 주정부 또는 연방정부와 체결한 계약의 법규 준수 조항을 위반했을 경우 벌금 부과나 계약 해지 등의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는 법무장관 측이 제기한 법률적 주장으로, 현재까지 법원이나 감독기관이 빅4의 위법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16개 주는 빅4에 상당한 규모의 자료 제출도 요구했다. TCFD·ISSB·NZFSPA 참여 및 지원과 관련한 내부 의사결정과 기후공시 사업, 감사 독립성 및 이해상충 관리 등에 관한 자료와 함께 기후정보 공시가 상장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된 중소기업이나 농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기후공시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비용과 컨설팅 비용이 대기업에서 공급업체와 농업 부문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마이크 힐거스 네브래스카주 법무장관은 “빅4의 기후 관련 약속은 고객에게 부담스러운 기후공시를 요구해 서비스 비용을 높이고 농민과 중소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결국 이러한 비용은 식품과 에너지, 일상용품 가격 상승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SG에서 기후공시·EU 지속가능성 규제로 전선 확대

이번 조치는 미국 공화당 정치권이 ESG와 기후공시를 겨냥해 진행해온 일련의 법적·정치적 대응의 연장선에 있다. 네브래스카주는 지난 5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를 상대로 객관적인 투자자문을 제공한다고 광고하면서 실제로는 ESG 단체들과 연계해 정책을 추진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부 공화당 소속 주 법무장관들은 앞서 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에 대해서도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에 따를 경우 미국법과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후·에너지 및 금융규제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정책을 기업 부담을 높이는 규제로 규정하고 관련 정책을 철회했으며, SEC는 지난 5월 2024년 도입된 상장기업 기후공시 규칙을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기업공시의 기준은 기후정책 목표가 아니라 투자 판단에 중요한 ‘재무적 중요성(materiality)’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정부는 EU의 CSRD와 CSDDD가 미국 기업에 과도한 역외 규제를 부과한다며 EU에도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회계법인, 사업 철수 아닌 ‘미국·글로벌 대응 분리’할듯

그러나 빅4가 이번 압박을 계기로 기후·지속가능성 공시 사업 자체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아직 4개 회계법인이 이번 서한의 구체적 의혹에 대해 공식적인 공동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대응의 초점은 미국 내 감사법인의 독립성 관리와 글로벌 네트워크의 지속가능성 자문·검증 활동을 더욱 명확하게 분리하고, 기후공시 지원을 ‘정책적 지지’가 아닌 각국 법규와 투자자 요구에 따른 전문 서비스로 재규정하는 데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달리 영국·일본·싱가포르·브라질 등 30여 개 관할권이 이미 ISSB 기준을 채택하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세계 대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한 외부 검증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IFAC·AICPA·CIMA 조사에 따르면 세계 대기업의 4분의 3이 지속가능성 정보의 일부에 대해 이미 외부 검증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회계법인이 검증을 담당하는 비중은 59%에 이른다.

결국 이번 사안의 더 큰 파장은 ‘기후공시의 종말’보다는 미국과 유럽·아시아 사이의 공시체계 분절이 심화되는 데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기업은 미국에서는 재무적 중요성을 중심으로 한 최소한의 공시를, EU와 ISSB 채택국에서는 보다 광범위한 지속가능성 공시를 준비해야 하는 이중 구조에 놓일 수 있고, 빅4 역시 국가별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규제 대응·감사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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