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탄발전이 더 이상 경제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단법인 넥스트(Next)가 최근 발표한 'Coal Phase-Out Watcher: NEXT Electricity Outlook 2025 Part 2'에 따르면, 석탄발전은 2035년 이후 사실상 경제성을 상실하며, 재생에너지 확대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태양광·풍력 신규 건설비용이 약 54조원에 이르지만, 같은 기간 석탄발전 연료비를 108조원 절감할 수 있어 총합적으로는 전환이 더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석탄발전은 더 이상 ‘값싼 에너지’라는 통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석탄발전 이용률 급락…“2035년 경제성 붕괴”
특히 2035년 이후 국내 석탄발전소의 대부분은 연간 이용률 40% 미만으로 떨어져 수익성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기준으로 7개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분석한 결과다.
이같은 예측을 입증할 자료들은 이미 나와 있다. 2022년 56.1%였던 석탄발전 평균 이용률은 2024년 47.4%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발전량은 20TWh 감소했다. 신규 석탄발전소가 준공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은 급락한 셈이다.
강원·충남 등 주요 발전 밀집 지역에서는 송전망 제약과 재생에너지 우선 급전 원칙 탓에 가동률이 더욱 낮아졌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발전소들은 30% 수준의 저조한 이용률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가 맞물리면서 석탄발전의 좌초자산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지연되면 오히려 더 빨리 폐지”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는 석탄발전 퇴출 시점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면 석탄발전소 일부는 2035년까지 잔존 가능하지만 보급 지연(RE Delayed)시 LNG 발전이 우선 가동되면서 석탄발전소는 더 빠르게 퇴출된다.
보급 확대(RE Increased)의 경우 석탄발전소는 잔존하더라도 이용률이 낮아 조기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즉,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연될수록 석탄발전은 더 빨리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충족하려면 석탄 대신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LNG 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탈석탄 전환을 ‘비용 부담’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보고서는 전환이야말로 비용 절감 효과를 낳는 합리적 선택임을 제시한 것이다.
54조 투자 vs 108조 절감…경제적 해법은 ‘전환’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새로 짓는 데는 약 54조원이 들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해지는 석탄 연료비 절감액은 108조원에 이른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2배의 순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수치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환경보호 정책’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제전략임을 보여준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은 사실상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는 혼소 방식이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비해 비용 부담이 과도하며,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와 경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존 전환 계획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즉, 혼소 기술은 과도기적 대책일 뿐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탈석탄·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책 실행 속도다.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지는 단순한 경제성 판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체 발전원 확보, 송전선로 보강, 인력 재배치 등 복합적 준비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이 과정에 최소 3~10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는 계류 중...정부는 정책 지연, 일관성 흔들
그러나 현실은 지연되고 있다. 2023년 이후 석탄 감축을 위한 새로운 정책은 발표되지 않았고, 석탄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국회에서 수차례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예고한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도 아직 구체적인 일정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정책 공백이 길어질수록 전력공급 차질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경고다.
물론 석탄발전 조기 폐지는 필연적으로 지역경제에 타격을 준다. 충남, 강원, 경남 등 발전소가 몰린 지역에서는 일자리 감소와 산업 기반 붕괴 우려가 크다. 보고서는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지원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여야 의원들이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에는 실패했다. 석탄발전소 폐지 지역에 대한 지원 기금 조성, 대체 산업 육성, 청년 근로자 재교육 등이 핵심 과제다.
지역경제 충격 완화 시급...정의로운 전환 관건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태양광·풍력·수소 등 청정에너지 중심의 전력체계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와 산업계는 더 이상 석탄발전을 ‘값싼 에너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질서 있는 탈석탄 전환 로드맵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발전사들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고 시장 전체의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려면 정부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LNG 등 대체 발전원 확보, 송전망 확충 등 인프라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석탄발전 밀집 지역의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 특별법’ 제정과 지원 기금 조성도 요청된다.
산업계 또한 좌초자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등 글로벌 탄소중립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