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기후변화 대응단체 글로벌 옵티미즘(Global Optimism)이 공동 주도하는 기업 기후행동 연대인 ‘기후 서약(The Climate Pledge)’에 지난해 107개 기업이 새롭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가입 기업 수는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전체 서명 기업도 700곳을 넘어섰다.
기후 서약은 지난 2019년 아마존과 글로벌 옵티미즘이 공동 설립했다. 서명 기업들은 파리협정의 목표보다 10년 앞선 204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Net Zero Carbon)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아마존이 지난 15일 글로벌 옵티미즘과 함께 발표한 ‘2026 기후 서약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서약에는 현재 49개 국가 및 지역, 62개 산업 분야에서 7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합산 매출은 약 3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

패션·뷰티 분야 업계 가입이 두드러져 눈길
지난해 신규 가입 기업 가운데 특히 패션과 뷰티 업계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2025년 한 해에만 51개 패션·뷰티 브랜드가 기후 서약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해당 분야 서명 기업은 60개로 늘었다.
지역별로도 참여가 확대됐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서명 기업 수는 전년 대비 164% 증가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4% 늘었다. 기후 서약 측은 참여 기업과 산업의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탈탄소화 과제를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서약에 참여하는 기업은 세 가지 핵심 행동을 약속한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어 최신 기후과학에 부합하는 탈탄소화 전략을 사업에 적용하고, 효율성 개선과 재생에너지 사용, 자재 사용량 감축 등 실질적인 사업 변화와 혁신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감축하기 어려운 잔여 배출량은 추가적이고 정량화 가능하며 실질적·영구적이고 사회적으로 유익한 방식으로 상쇄해 2040년 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한다는 내용이다.
서명 기업, 비참여 기업보다 배출량 더 빠르게 줄여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실제 배출량 감축 속도다. 보고서는 제3자 데이터베이스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한 기후 서약 서명 기업 119곳을 분석했다. 이들 기업은 전체 서명 기업이 공개한 매출의 약 90%를 차지한다.
분석 결과 서명 기업들은 직접 운영에서 발생하는 Scope 1과 구매한 전력·열·증기·냉방 등에서 발생하는 Scope 2 배출량을 평균 11% 줄였다. 같은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한 비서명 기업들의 감축률은 평균 7%였다.
서명 기업들이 줄인 배출량은 총 1400만tCO₂e에 달했다. 이는 휘발유 자동차가 약 356억 마일을 주행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피한 것과 맞먹는 규모라고 기후 서약 측은 설명했다. 분석 대상 기업의 배출량 중간값 감소율은 21%였으며, 전체의 약 4분의 3은 Scope 1과 Scope 2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cope 2 배출량 감소가 전체적인 감축 성과를 견인했다. 구매한 전력과 열, 증기, 냉방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평균 35% 감소했다. 반면 기업의 직접적인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평균 4% 줄어드는 데 그쳤다.
경쟁보다 ‘공동 행동’…33개 프로젝트 가동
기후 서약 측은 차량의 전동화와 운영 프로세스의 재설계, 아직 충분한 규모로 상용화되지 않은 탈탄소 기술 등이 직접 배출량을 줄이는 데 상대적으로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기후 서약은 개별 기업의 탄소 감축 목표를 넘어 기업 간 공동 대응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까지 서명 기업 122곳이 참여하는 33개의 공동 행동 프로젝트(Joint Action Projects)가 추진되고 있다. 전기 화물차 전환과 항만 운송의 전동화, 건물 탈탄소화, 저탄소 콘크리트 등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가 주요 대상이다.
대표적으로 ‘Laneshift’는 인도와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 전기 화물 운송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Electrifying Drayage Alliance’는 항만에서 운행되는 단거리 화물 운송 차량의 전동화를 지원한다.
건축 분야에서는 목재 구조물의 표준화와 공동 구매를 통해 건축자재의 내재탄소를 낮추는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저탄소 콘크리트 분야에서는 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별 기준 대비 최소 20%의 탄소 배출 감축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26억tCO₂e 감축 잠재력…실행력 시험대 올랐다
기후 서약 측은 서명 기업들이 2040년 순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연간 최소 26억tCO₂e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 수치는 현재 달성된 감축량이 아니라 모든 서명 기업이 목표를 달성했을 때 예상되는 연간 감축 규모다.
샐리 포츠 기후 서약 글로벌 리더와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글로벌 옵티미즘 창립 파트너는 보고서에서 에너지 수요 증가와 인프라 제약,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의 혁신 등이 2040년 목표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며, 기후 서약을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기업들이 실제 감축 과정에서 협력할 수 있는 공동체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9년 출범 당시 파리협정의 목표보다 10년 앞선 탄소중립을 내걸었던 기후 서약이 이제 700개 이상의 기업을 연결하는 글로벌 기업 기후행동 플랫폼으로 확대됐다. 기업의 기후 공약이 실제 배출량 감축과 산업 간 공동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향후 성과를 가늠하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기업의 직접 가입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후 서약이 다루는 핵심 의제는 한국의 반도체, 전자, 자동차, 배터리, 철강, 물류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과 상당히 밀접하다는 점에서 살펴봐야 할 이니셔티브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