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법원, 토털에너지에 "고객 배출까지 포함한 기후위험 공개·대응" 명령
프랑스 법원, 토털에너지에 "고객 배출까지 포함한 기후위험 공개·대응" 명령
프랑스 법원이 에너지기업 토털에너지(TotalEnergies)에 자사 석유·가스 제품의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Scope 3)까지 포함한 기후 위험을 공개하고 대응 계획을 마련하라고 판결했다. 기업의 기후 책임 범위를 스코프3 배출까지 확대해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기후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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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법원이 에너지기업 토털에너지(TotalEnergies)에 자사 석유·가스 제품의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Scope 3)까지 포함한 기후 위험을 공개하고 대응 계획을 마련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신규 석유·가스 개발 중단이나 생산량 감축을 강제하지는 않아 회사 측도 일부 쟁점에서는 승리를 거뒀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파리 사법재판소는 지난주 토털에너지가 6개월 이내에 법적으로 의무화된 '감시 계획(Vigilance Plan)'을 수정해 자사 제품 사용으로 발생하는 스코프3(Scope 3) 배출에 따른 기후 위험과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포함하도록 명령했다. 법원은 내년 초 수정된 계획을 다시 심사할 예정이다.

이번 판결은 프랑스의 2017년 '기업 감시 의무법(Duty of Vigilance Law)'을 기후변화 문제에 적용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 법은 대기업이 사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인권상의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 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에너지기업 토털에너지. 이미지 출처: 토털에너지 홈페이지에서 캡처.

석유 판매 이후 배출까지 책임 인정했다

소송은 2020년 환경단체인 '노트르 아페르 아 투(Notre Affaire à Tous)', '셰르파(Sherpa)', '프랑스 자연환경연맹(France Nature Environnement)'과 파리시가 공동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토털에너지의 감시 계획이 자사 제품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기후 관련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털에너지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 가운데 약 90%가 고객의 석유·가스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 배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은 "기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 위험은 감시 의무법의 적용 대상"이라며 "원유를 추출·정제·판매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최종 소비 단계의 연소와 연결돼 있으며, 이에 따른 스코프3 배출도 기업 활동과 분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기업이 작성하는 위험지도에는 자사 활동으로 발생하는 기후 영향을 명시해야 하며, 특히 석유·가스 생산과 최종 사용자의 연소 사이의 본질적인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구체적 감축 목표 강제는 선 그어

다만 법원은 원고 측이 요구한 신규 화석연료 탐사 중단, 석유·가스 생산량 감축, 1.5℃ 목표에 맞춘 구속력 있는 배출 감축 목표 설정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감시 의무법은 법원이 기업을 대신해 구체적인 사업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는 법이 아니라, 기업이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마련했는지를 심사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은 "이 법은 산업혁명 이후 모든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기후변화에 대해 기업 전체에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이 자신의 활동으로 인한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털에너지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면서도 "신규 석유·가스 프로젝트를 금지하거나 생산량 감축을 강제해 달라는 원고 측 요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기업 기후책임 확대, 국제 소송에도 영향

회사는 향후 지속가능성 보고서(CSRD)에 포함된 내용을 활용해 감시 계획을 보완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확대와 바이오연료 개발 등을 통해 고객의 배출량 감축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환경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토털에너지는 그동안 스코프3 배출은 소비자의 책임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은 기업이 이러한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인정했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토탈에너지가 실질적인 변화를 이행하도록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최근 세계 각국에서 잇따르는 기후소송 흐름 속에서도 주목된다. 앞서 네덜란드 법원이 쉘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명령한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혀 현재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프랑스 판결은 기업의 기후 책임 범위를 스코프3 배출까지 확대해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기후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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