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전(全)과정(whole life cycle of plastics)'의 탈탄소화에 기술적·정책적 전환을 병행하면 2040년 전후 폐기물 제로가 실현 가능할까?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2024년부터 2060년까지 전 세계 202개국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생산·소비·폐기·재자원화까지 전체 주기의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을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을 대체 소재로 전환하고 화학적 재활용 및 탄소포집·활용(CCU)을 병행할 경우 연간 순폐기물 ‘0’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지난해 발표한 '탈탄소 에너지: 2040년 제로 폐기물 달성을 위한 플라스틱 폐기물 거래' 논문에서, 북미와 유럽은 플라스틱 사용량의 56.7%를 유리·금속·생분해성 소재로 대체하고, 고도 화학적 재활용과 바이오매스 기반 CCU를 적용할 경우 2035~2040년 사이 연간 추가 폐기물 발생을 제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또 2060년까지 기후 부담도 34.9%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문제는 글로벌 불균형과 기술 이슈가 핵심
반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는 상황이 다르다. 2024년 기준 선진국은 8,400만 톤이 넘는 폐플라스틱을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순폐기물 제로 달성 시점은 2055년 전후로 지연된다. 특히 소각 의존 구조는 2060년까지 37.8%의 기후 부담을 유지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
연구진은 기술 확산이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재활용 기술 채택률을 20%만 높여도 탄소배출은 33% 추가 감축되며, CCU 전환 효율 개선과 비화석 에너지 전환을 병행하면 최대 42%까지 감축 효과가 확대된다.
특히 폐플라스틱 무역 구조 개편의 효과도 크다.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에 대한 국경 간 관세를 50% 인상할 경우 전 세계 폐기물 무역량의 87.45%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개발도상국으로의 오염 이전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오염 저감 정책을 단순한 재활용 확대가 아닌 에너지 탈탄소 전략과 통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플라스틱 생산 단계에서 바이오 기반 소재 전환과 CCU 기술을 적용하고, 폐기 단계에서는 화학적 재활용을 확산하는 전주기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엔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의 정책 설계 가능해졌다
이 연구는 현재 협상 중인 유엔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재활용 확대'에서 '정량적·전주기·국가별 시뮬레이션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협약 협상 쟁점은 생산 감축(production cap), 재활용 의무, 설계 기준(ecodesign), 폐기물 무역 규제이나 연구는 원료 채굴 → 생산 → 소비 → 재활용 → 소각·CCU → 국제무역까지 202개국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모델링했다.
즉, 협약이 “어디를 규제해야 가장 효과적인가”에 대한 계량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협약 내 최대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일 것인가”에 있는데, 이번 연구는 플라스틱을 대체 소재로 전환하고, 화학적 재활용을 확대하면 폐기물 억제가 가능하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다. 생산 억제 없는 순환경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또 기존 플라스틱 논의는 '쓰레기 관리' 중심이었다면, 재생에너지 기반 CCU, 바이오 기반 원료 전환, 에너지 시스템과의 통합 감축 등으로 추가 감축 가능성을 전망했다. 결국 플라스틱 협약은 기후 협약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정책적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단순 재활용 넘어 산업·에너지·무역 구조 재설계로
한국 정부도 '재활용 확대' 차원에서, 산업·에너지·무역 구조 전환을 포함한 국가 전략 재설계로 옮겨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의 유엔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 협상 국면을 고려하면, 바이오 기반 원료 전환 로드맵 수립, 화학적 재활용(advanced recycling) 대규모 실증, 플라스틱 사용 감축 목표의 단계적 설정 등의 정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또 '탄소중립 2050'과 플라스틱 관련 대응정책을 통합해야 한다. 한국은 발전 부문 탈탄소에 집중하는 반면 산업부문 CCUS는 초기 단계다. 석유화학 단지(여수·울산·대산)에 CCU 클러스터 구축, 플라스틱 생산공정의 전력화(electrification), 수소 기반 공정열 전환 실증 등이 필요하다. 또 폐플라스틱 순환을 국내에서 완결하는 '내재화'와 기술 이전과 공동처리 인프라 실현 등을 아시아 지역 순환경제 허브 전략으로 격상시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생산 감축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한국은 석유화학 수출 규모가 큰 만큼 전면적 생산 상한에는 소극적일 가능성이 있으나 대체소재·재활용 전환 속도는 높일 수 있다. 고탄소·일회용 제품군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한편 재생원료 비율 의무화로 절충적 접근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만약 협약이 강력한 생산 감축 조항을 포함하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자산 좌초가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는 전환 금융(transition finance) 제도화, 녹색분류체계(Taxonomy)에 화학적 재활용·CCU 명확히 포함, 바이오소재 R&D 국가전략사업화를 통해 산업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