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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과 디지털화로 광물·금속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민간 주도의 ‘지속가능성 기준과 이니셔티브(SSI)’가 지난 20년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유엔환경계획(UNEP)은 “SSI는 정부 규제를 대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정교한 공공 규제와의 정합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UNEP와 정부 간 광업 포럼(IGF)이 최근 공동으로 발간한 <광물·금속 분야 지속가능성 기준과 이니셔티브 현황(Stocktake of Sustainability Standards and Initiatives for minerals and metals)>에 따르면 전 세계 광물·금속 공급망 전반에 적용되는 100여 개 이상의 SSI가 난립하면서 혼란·중복·그린워싱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속가능성 기준·이니셔티브(SSI)와 공공 수단(public instruments) 간 상호작용의 성격. SSI가 규제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상황과 설계에 따라 협력(Collaborating), 보완(Complementary), 정합(Coherent), 병존(Coexisting), 경쟁(Competing) 등 다양한 상호작용 유형을 띤다. 정부는 표준 거버넌스 참여, 국제 규범과의 정렬, 검증·제재의 실효성을 통해 협력·보완·정합 구간으로 유도하는 설계자·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보고서에서 캡처
UNEP, IGF

“민간 기준의 확산, 기대와 현실의 간극”

보고서에 따르면 SSI는 기업·금융·시민사회·다자기구가 주도하는 자발적 기준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실제로 일부 기준은 법적 기준을 상회하는 환경 목표(생물다양성, 기후 완화, 지역사회 참여 등)를 제시하고, 공시·모니터링 도구를 제공해 규제 집행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중복과 파편화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물·금속 분야에서만 100개가 넘는 기준이 병존하면서 기업·정부 모두 어떤 기준이 신뢰할 만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 생산국 정부들은 행정·정보 역량 부족으로 SSI를 규제 체계에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고서는 "SSI가 제대로 설계·운영될 경우 환경 거버넌스를 보완할 수 있지만, 공공 규제와의 연계가 약하면 오히려 감독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UNEP는 SSI가 규제를 대신하는 수단으로 오용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검증 기준이 느슨하거나 제재 수단이 약한 SSI는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세탁’을 부추길 수 있고, 정부의 법·제도 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설계는 중소·영세 광산(ASM)을 배제해 비용 부담과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 기준 만들기보다, 통합과 상호운용성”

보고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자 이해관계자 참여와 책임성 △공급망 전반을 포괄하는 범위 △제3자 검증과 불이행에 대한 실질적 제재 △성과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 △글로벌 사우스 접근성 보장 등을 제시했다. 정책 입안자와 표준 제정자들이 SSI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기준표로 활용하라는 취지다.

OECD 책임공급망 지침, 브라질의 광미댐 관리 기준, 르완다의 지역 인증제, 스웨덴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등 SSI가 공공 규제에 통합되거나 정책 설계를 지원한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적극적 참여와 현지 맥락 반영으로 일정한 효과를 거뒀다.

보고서는 새로운 기준의 무분별한 양산을 중단하고, 기존 SSI 간 통합·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독립적인 효과 평가를 통해 비용·성과·부작용을 검증하고, 다자 플랫폼을 통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광물·금속의 지속가능성은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강한 공공 규제 위에, 신뢰 가능한 민간 기준이 결합될 때 비로소 환경 거버넌스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집자 주: 그린워싱 위험이 큰 민간기준의 유형으로 기업 주도형(Industry-led)이 있다. 이 유형의 핵심 특징은 기업(산업) 중심 거버넌스에 따라 의사결정 구조에서 기업 이해관계자가 과도하게 대표된다. 공공기관, 지역사회, 원주민, 시민사회 참여는 형식적 수준이 된다.

규제를 만들어야 할 공공기관(정부·규제 당국)이 규제 대상인 기업·산업의 이해관계에 포획돼, 공익보다 사익에 유리하게 규제가 설계·집행되는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 위험이 커진다. 자발적이긴 해도 느슨한 검증으로 흐를 수 있다.

이에 따라 낮은 진입 기준과 완화된 요구 수준이 자리잡게 된다. 법적 기준보다 크게 높지 않은 환경·사회 요구인 것이다. '최선의 노력(best effort)', '지속적 개선(continuous improvement) 등 모호한 표현이 남용된다.

특히 제3자 검증이 약하거나 실질적 제재가 부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독립적 감사가 없거나 선택적 불이행 시 실질적 불이익(인증 취소, 시장 배제 등)은 미약하다. 공공 규제의 ‘대체재’처럼 사용되는 등 정부나 기업이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는 이유로 법·제도 개선이나 집행을 미루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이는 보고서가 가장 강하게 경계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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