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 관건은 ‘소프트웨어 정의 그리드’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 관건은 ‘소프트웨어 정의 그리드’ 전환
인버터 기반 미래 그리드 중심의 전력계통 운영 패러다임 전환이 현실이 되고 있다. 단기적 전력 수급 논리에 매몰되기보다, 정전 위험을 사회적 비용으로 최소화하기 위한 중장기 투자 로드맵과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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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대가 전 세계 전력계통의 구조적 전환을 이끄는 가운데, 관성 저하와 전압 제어 한계, 계통 공진 등 새로운 형태의 불안정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기후·에너지 정책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가 최근 발간한 '인버터 기반 미래 그리드의 청사진-인버터 기술의 발전과 그리드의 안정성'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증한 전력망에서는 기존 동기발전기 중심 계통에서 전제돼 왔던 안정성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다.

2016년 남호주 대정전, 2019년 영국 대정전, 그리고 2025년 발생한 스페인–포르투갈 대정전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2025년 이베리아 반도 정전은 대규모 태양광 설비 탈락, 전압 제어 실패, 계통 진동과 공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국가 단위 정전으로 확산된 전형적인 ‘인버터 기반 계통 불안정’ 사례로 평가된다.

인버터의 세대별 변화 요약. 인버터 기술의 진화에 따라 IBR이 야기하는 전력계통 안정도 문제는 점차 해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에 연결된 IBR들이 전력 계통에서 동작하고 있으며, 특히 약계통에서 발생하는 공진 등의 문제는 여전히 원인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지 출처: 보고서에서 캡처.
사단법인 넥스트

동기발전기에서 인버터 기반 계통으로

발전량 변동 문제가 아니라, 인버터와 계통 간 상호작용 자체가 불안정의 기폭제가 됐다는 점에서 이전 사례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는 데에는 전력계통의 중심이 동기발전기에서 인버터 기반 자원(IBR, Inverter-Based Resources)으로 이동하고 있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모두 직류 전원을 기반으로 하며, 교류 계통과의 연계를 위해 인버터에 의존한다.

그러나 인버터는 회전 질량을 갖지 않아 관성 에너지를 제공하기 어렵고, 고장 시에도 동기발전기처럼 대규모 고장전류를 공급하지 못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곧바로 계통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그리드포밍’과 보조·제어체계의 결합 주목

보고서는 "인버터 기술은 계통 안정도 기여 수준에 따라 세대별로 구분할 수 있다"면서, "1~2.5세대 인버터는 고장 시 계통을 이탈하지 않는 FRT(Fault Ride Through), 전압·무효전력 제어(Volt-Var), 가상 관성 기능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며 개선돼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계통에서의 안정성, 블랙스타트 수행 능력에는 여전히 한계는 노정되어 왔다. 이후 등장한 3세대, 이른바 ‘그리드포밍(Grid-Forming) 인버터’는 전압원처럼 동작하며 약계통에서도 자립 운전을 가능하게 했지만, 고장전류 공급 능력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였다.

보고서는 미래 전력계통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해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동기 조상기(Synchronous Condenser)나 E-STATCOM과 같은 보조 설비를 통해 관성과 전압 제어 능력을 보완함으로써 인버터 기반 자원의 안정적 연계를 도모해야 한다.

둘째, 운영·제어 기술의 고도화다. 인버터의 빠른 응동 특성에 맞춰 PMU(위상계측장치) 기반의 WAMAC(광역 모니터링·보호·제어) 체계를 구축하고, 계통 전반을 실시간으로 감시·제어할 수 있는 고속·광역 제어 기술이 필수적이다.

전력계통 정책·투자 패러다임 재설계가 관건

앞으로 전력계통의 진화 방향은 ‘소프트웨어 정의 그리드(Software Defined Grids)’로 나아간다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하드웨어 설비 중심의 계통 운영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이 계통 안정성과 제어 전략을 규정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력계통 운영 패러다임 전반의 전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정책·제도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보고서는 "인버터 기반 미래 그리드는 선택이 아닌 현실이며, 안정성에 대한 선제적 설계와 투자 없이는 에너지 전환 자체가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적 전력 수급 논리에 매몰되기보다, 정전 위험을 사회적 비용으로 최소화하기 위한 중장기 투자 로드맵과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에너지 전환의 성과는 오히려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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