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택배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규제를 본격 시행을 앞두고 대폭 손질했다. 다만 다양한 예외 조항이 추가되면서 규제의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품의 포장재질 및 포장방법에 대한 간이측정방법 고시’ 개정안을 3월 5일부터 25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고시는 택배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사용하는 수송 포장 기준을 규정한다.

파손 우려 제품 등은 규제 제외...자동포장 장비 사용 시 완화
규제 대상은 연 매출 500억 원 이상인 제품 제조·수입·판매업체다. 택배 포장은 한 번만 할 수 있으며, 상자 안에서 제품을 제외하고 남는 포장공간 비율은 50% 이하로 제한된다.
즉 제품 크기에 맞는 상자를 사용해 불필요한 빈 공간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핵심 취지다. 이를 위반하면 1차 100만 원, 2차 200만 원, 3차 이상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다양한 예외 규정의 신설이다. 유리·도자기·점토 등 충격에 취약한 제품이나 액체·반액체·녹는 제품처럼 파손 또는 유출 위험이 있는 물품은 포장재를 추가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여러 제품을 함께 포장하는 ‘합포장’ ▲포장재 재사용 ▲KS 포장 안전 시험에 불합격해 추가 완충이 필요한 경우 등도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 시 기준 완화...비닐 포장은 별도 규격 적용
물류 현장의 자동화 장비 특성도 고려했다. 자동 포장·이송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포장공간비율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최소 규격을 기존 가로·세로·높이 합 50cm에서 60cm로 완화했다.
자동화 설비는 일정 크기 이상의 포장재를 사용해야 장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동 포장의 경우에는 기존 기준인 50cm가 그대로 유지된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완화 규정도 포함됐다. 재생원료가 20% 이상 포함된 비닐 포장재를 사용할 경우 포장공간비율 기준을 60%까지 허용하고, 종이 완충재를 사용할 경우에는 **70%**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이는 플라스틱 신재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소재 사용을 확대하려는 정책적 유인책이다.

복잡해진 내용 이해도 안 되고, 예외도 많아 실효성 논란만
비닐 포장의 경우 기존 포장공간비율 방식 대신 제품 크기에 따라 허용되는 포장재 규격을 정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길이·폭·높이 합이 일정 범위인 제품에는 그에 맞는 최대 비닐 포장 크기를 정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파손 우려 제품, 합포장, 자동화 장비, 친환경 포장재 등 다양한 예외가 도입되면서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률적인 기준으로 과대포장을 규제하려다 보니 예외가 늘어나 결국 단속이 어려운 ‘유명무실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 25일까지 행정예고 기간 동안 산업계와 전문가,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4월 중 개정 고시를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