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최근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LCA(Life Cycle Assessment) 효율화 체계를 전 계열사에 구축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에너지 제품부터 에틸렌·아로마틱 등 석유화학 제품까지, 모든 생산품의 환경영향을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LCA는 제품의 전 생애를 환경적 시각에서 분석하는 기법으로 원료 채취부터 제조·소비·폐기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진단하는 체계다.
이번 체계는 ISO 14040·14044 등 국제 표준이 제시하는 4단계(목적 및 범위 설정–경계 설정–생애주기 평가–결과 종합)에 따라 설계됐으며, 방대한 에너지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합 평가를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 통상 수개월이 걸리던 분석을 단 몇 시간 만에 수행할 수 있어, 평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자체 역량으로 ‘생물다양성 발자국’ 자체 모델까지 개발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1월 환경과학기술원 내에 전담 조직을 신설한 뒤, 정유·석유화학 자회사인 SK에너지·SK엔무브·SK지오센트릭·SK인천석유화학이 생산하는 약 470개 제품에 대한 LCA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후 2023년 8월 SK에너지와 SK엔무브를 시작으로, 올해 3월 SK인천석유화학, 8월 SK지오센트릭까지 순차적으로 구축을 마쳤다.
이번 시스템은 엑셀(Excel) 기반으로 ERP(OASIS)와 공정모니터링시스템(PMS) 등 내부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돼 있다. 사용자가 특정 기간을 선택하면 각 공정 단계별로 LCA 결과를 시각화해 보여준다. 원유가 상압증류, 수첨반응 등 정유 공정을 거치며 반제품·제품의 환경영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CA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자체 ‘생물다양성 발자국(Biodiversity Footprint)’ 평가 기법도 개발했다. 기업 활동이 생태계와 종(種)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산출하는 모델로,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독자적 평가체계를 내재화했다.
ESG 경쟁력 강화… “지속가능성 평가 내재화 성과”
이 평가 기법은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생물다양성 항목에 처음 적용됐다. 환경과학기술원, 각 사업장, ESG추진실이 협업해 국제 표준, 국가 생물다양성 정보체계, 사업장 인근 생태계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결과를 반영했다.
이를 통해 사업 활동이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성·정량적으로 산출, 이해관계자에게 보다 명확한 환경 성과를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외부 컨설팅 없이 자체 역량으로 평가 체계를 완성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했고, 내부 데이터 보안 강화,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 효율성 향상, 맞춤형 솔루션 개발 등 다각적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는 향후 지속가능경영 평가 영역 확장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소셜벤처 ‘에이트린’이 재생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우산에 대한 LCA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친환경제품의 LCA 데이터가 필요한데 규모가 작은 사회적 기업이 이를 직접 추진하기는 어려움이 많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올해부터 사회적기업진흥원을 통해 전과정평가가 필요한 사회적기업을 선발, 지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