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을 환경 오염원으로 보는 관점에서 ‘에너지 전환 자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폐기물 처리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자원 배분 구조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주로 선진국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현재의 구조가 더 복잡한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은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잠재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제 무역 구조에서는 비효율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환경 부담은 수입국에 전가되고, 자원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환경 비용 외주화의 함정…기술 아닌 무역 구조의 문제
실제로 다수의 개발도상국은 재활용·에너지화 인프라가 부족해 상당량의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비공식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 결과, 탄소 배출과 환경 오염은 심화되는 반면, 플라스틱이 가진 에너지 자원으로서의 가치는 소실된다.
이 같은 구조는 곧 '환경 비용의 외주화이자 자원 활용의 구조적 실패'에 해당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제 무역 체계 자체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연구진들은 폐기물 이동에 대한 국제 규범을 재정비해 책임과 비용을 명확히 하고, 지역별로 재활용 및 에너지 회수 인프라를 구축해 처리 역량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평가하는 생애주기 평가(LCA) 기반 정책 도입이 절실하다.
문제는 플라스틱 문제를 기술 혁신의 영역으로만 한정하는 기존 접근 방식이다. 화학적 재활용이나 열분해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무역 구조가 유지되는 한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로 폐기물의 조건…탄소시장·자원시장 연결이 관건
연구진은 “2040년 제로 폐기물 목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거버넌스의 문제”라며 “누가 폐기물을 처리하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 없이는 순환경제도, 탈탄소도 실현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정책 논의를 ‘환경 규제’에서 ‘에너지·산업 전략’으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폐기물 자원의 활용 여부는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플라스틱을 ‘쓰레기’로 볼 것인가, ‘자원’으로 재편할 것인가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는 점이 다시 한 번 도출된 셈이다. 폐기물의 이동을 ‘거래’가 아닌 ‘책임 이전’으로 보는 규범적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현재의 구조적 비효율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국제 탄소시장과 자원시장 간의 연계 여부가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판단한다. 특히 폐기물 기반 에너지 회수에 대한 탄소 크레딧 인정 여부가 시장 형성과 투자 유인을 좌우할 결정적 기준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