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상위 0.1%가 인류 1년치 이산화탄소 배출"
“부유층 상위 0.1%가 인류 1년치 이산화탄소 배출"
옥스팜은 "세계 최상위 0.1%는 하루 800㎏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한다"면서 "이는 하위 50% 인구가 1년 동안 내뿜는 양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어린아이가 들 수 있는 2㎏짜리 CO₂ 덩어리를, 초부유층은 하루에 400개씩 쏟아내는 셈이다. 전 세계 상위 1%의 소득에 60%의 세율을 적용하면 영국 전체 배출량에 맞먹는 탄소 감축 효과를 거두면서, 약 6조4천억 달러의 재정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Climate&Risk
편집자
편집자
Climate&Risk    

오는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이 초부유층의 ‘기후 약탈’을 정면으로 고발했다.

옥스팜이 공개한 '기후 약탈: 소수 강자가 어떻게 세계를 재앙으로 몰아넣고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0.1%의 생활방식이 전 세계의 잔여 탄소 예산 (Carbon Budget)을 압도하고 있으며, 그들의 경제·정치적 영향력이 인류를 화석연료 의존에 묶어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예산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C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전 세계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남은 총량dl로 이 예산이 소진되면 1.5°C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진다.

글로벌 소득 계층 및 관련 소비 배출량(2023년 기준). 최상위 소득 계층의 배출량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23년 전 세계 소비 기반 배출량 중 가장 가난한 50%는 8%를 배출한 반면 가장 부유한 10%는 48%를 배출했다. 출처: 옥스팜 스톡홀름 환경 연구소 자료 기반. 이미지 출처: 보고서 캡처.
Oxfam

투자 배출량은 190만톤...일반인 346,000배

보고서는 "세계 최상위 0.1%는 하루 800㎏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한다"면서 "이는 하위 50% 인구가 1년 동안 내뿜는 양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어린아이가 들 수 있는 2㎏짜리 CO₂ 덩어리를, 초부유층은 하루에 400개씩 쏟아내는 셈이다.

만약 인류 모두가 이들처럼 배출한다면, 지구가 1.5 ℃ 상승 한계를 넘기기 전 남은 탄소 예산은 3주도 되지 않아 고갈된다. 옥스팜은 “2030년까지 상위 0.1%는 1인당 배출량을 99%, 상위 1%는 97%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초부유층은 사치 생활뿐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통해 막대한 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옥스팜 분석에 따르면 세계 억만장자 308명의 투자에서만 연간 5억 8,600만 톤의 탄소가 배출됐다. 이들이 하나의 국가라면 세계 15위 오염국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많다.

억만장자 한 명당 평균 ‘투자 배출량’은 연 190만 톤으로, 일반인의 34만 6,000배에 달한다. 이 양을 개인 전용기로 뿜어내려면 지구를 약 1만 바퀴 돌아야 한다. 또한 이들의 투자 60%는 석유·광업 등 고탄소 산업에 몰려 있으며, 이는 S&P 글로벌 1200 지수 기업 평균보다 2.5배 더 오염을 유발한다.

COP29에 화석연료 산업 로비스트만 수천명

초부유층과 그 기업들은 경제 권력뿐 아니라 정치 권력도 쥐고 있다. COP29에서는 석탄·석유·가스 로비스트 1,773명이 배지를 받아 참석했는데, 이는 기후 취약 10개국 대표단을 모은 숫자보다 많았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부유국들은 반(反)기후 로비스트들의 거액 기부로 법안을 완화시켰다.

옥스팜은 “권력과 부가 소수에게 집중돼 그들이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기후 허위정보를 유포하며, 정부와 NGO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초부유층 1%의 배출로 2050년까지 저소득 및 중하위소득 국가에 44조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금세기 말까지 약 130만 명의 열사병 사망자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기후 변화에 가장 적게 기여한 남반구 주민·여성·원주민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옥스팜은 COP30을 앞두고 다섯 가지 행동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초부유층에 대한 ‘탄소세·부유세’ 부과다. 옥스팜은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초부유층에 대한 누진적 세금 부과를 꼽았다.

"상위 1% 소득에 60% 세율 적용해야"

전 세계 상위 1%의 소득에 60%의 세율을 적용하면 영국 전체 배출량에 맞먹는 탄소 감축 효과를 거두면서, 약 6조4천억 달러의 재정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 자금을 기후 적응, 재생에너지 전환, 빈곤층 지원에 투입한다면 탄소 감축과 불평등 완화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둘째, 화석연료 기업의 로비 금지와 ‘청정 협상’ 보장이다. 옥스팜은 화석연료 산업의 정치적 개입을 ‘기후정책 최대의 장애물’로 규정했다. 지난해 COP29에서만 석탄·석유·가스 업계 로비스트 1,773명이 참가 배지를 받아 기후 취약국 대표단을 능가했다.

이에 옥스팜은 “기후 협상장에서 화석연료 기업의 공식 참여를 금지하고, 정치 기부와 로비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며 “COP30은 이해충돌 없는 협상의 첫 사례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와 정의, 기후 거버넌스의 새 원칙

셋째, 시민사회·원주민 참여 강화로 ‘기후 민주주의’ 실현이다. 기후 협상 구조의 폐쇄성과 ‘북반구 중심주의’도 비판의 대상이다.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원주민, 여성, 지역 공동체가 정책 결정의 당사자로서 참여할 필요성을 거론한 것이다.

현재 COP 회의 참가자 중 원주민 대표는 50,000명 중 18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스팜은 "현장의 경험과 전통적 생태 지식을 정책 논의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째, ‘공정한 탄소예산’ 분담 원칙 확립이다.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역사적 책임과 감축 역량에 비례해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부유한 국가는 이미 탄소예산의 대부분을 소진했다”며 “남은 탄소예산을 가난한 나라의 빈곤 퇴치와 에너지 접근 확대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선진국의 기후 재정 확대와 기술 이전, 특허 개방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신자유주의 대신 '사람과 지구' 중심으로

다섯째, 신자유주의 대신 ‘사람과 지구 중심’ 경제 패러다임으로 근본적 전환이다. 옥스팜은 “기후 위기의 뿌리는 무한 성장과 이윤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라며 “이제는 공공성이 강화된 지속가능 경제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산업 구조를 조정하고, IMF·세계은행·WTO 같은 국제기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혁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불평등을 줄이는 구조적 개혁 없이는 기후 정의도, 지속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사무총장은 “기후 위기는 불평등 위기”라며 “세계 최상위 부유층이 지구 파괴에 자금을 대고 이익을 챙기는 동안, 대다수 시민은 그 치명적 결과를 감당하고 있다”면서 COP30이 ‘탄소 부의 구조’를 바꾸는 분수령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1인당 탄소배출량으로는 OECD 상위권에 속한다. 탄소 감축의 책임을 사회 전체로 전가하기보다, 고배출 산업과 고소득층의 구조적 책임을 분명히 하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당신이 놓친 글
“물이 밀려오자, 사람이 떠났다”...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의 경고등
“물이 밀려오자, 사람이 떠났다”...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의 경고등
by 
편집자
2025.10.23
"극한 홍수 한국도 일어난다...워터 리스크 관리해야"
"극한 홍수 한국도 일어난다...워터 리스크 관리해야"
by 
편집자
2025.10.22
빙하가 녹고 있다...요동치는 지구의 물의 시간표
빙하가 녹고 있다...요동치는 지구의 물의 시간표
by 
편집자
2025.10.10
펄펄 끓는 바다… 생태계·양식·원전 모두 위협
펄펄 끓는 바다… 생태계·양식·원전 모두 위협
by 
편집자
2025.7.31
당신이 놓친 글
“물이 밀려오자, 사람이 떠났다”...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의 경고등
by 
편집자
2025.10.23
“물이 밀려오자, 사람이 떠났다”...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의 경고등
"극한 홍수 한국도 일어난다...워터 리스크 관리해야"
by 
편집자
2025.10.22
"극한 홍수 한국도 일어난다...워터 리스크 관리해야"
빙하가 녹고 있다...요동치는 지구의 물의 시간표
by 
편집자
2025.10.10
빙하가 녹고 있다...요동치는 지구의 물의 시간표
펄펄 끓는 바다… 생태계·양식·원전 모두 위협
by 
편집자
2025.7.31
펄펄 끓는 바다… 생태계·양식·원전 모두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