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고 있다...요동치는 지구의 물의 시간표
빙하가 녹고 있다...요동치는 지구의 물의 시간표
빙하가 녹는 것은 북극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미 해수면 상승과 폭풍해일, 연안침식, 양식장 폐사, 도시 침수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그것은 곧 우리의 강물이자 바다이며, 우리의 식탁과 도시를 지탱하는 생명줄이다. 20년간의 데이터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한다. 빙하는 가속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제 남은 선택은 단순하다. 더 잃을지, 덜 잃을지. 대응의 해법도 분명하다. 인공에서 자연으로, 단기 대응에서 데이터 기반 장기 전략으로, 그리고 국내 중심에서 국제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Climate&Risk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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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서사의 중심에 선 빙하는 단순히 고산의 설경이나 극지의 풍경이 아니다.

빙하는 지구의 물과 에너지 순환의 균형추이자, 인류가 세운 도시와 문명의 안전을 지켜온 거대한 저장고였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의 데이터는 우리에게 냉정한 진실을 말해준다. 빙하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그 여파는 강과 바다, 연안과 식탁, 그리고 우리의 일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5–10년, 빙하의 급속한 쇠퇴

세계기상기구(WMO)는 2022년에서 2024년까지를 “관측 이래 3년 연속 최대 빙하 손실기”라고 지목했다. 유럽 알프스는 단 2년 만에 10% 가까운 체적을 잃었다. 히말라야와 안데스 빙하는 붕괴 위험이 커져 수백만 명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 연안에서도 해수면은 지난 35년간 10.7cm 상승했다.

과거 10년(2004~2013년)간 약 2.8cm 상승 대비, 최근 10년(2014~2023년)간은 3.9cm 올랐다. 같은 기간 대비 최근 10년간 1.1cm가량 더 많이 높아진 것이다.

위성 레이저 관측과 항공 LiDAR, 현장 질량수지 측정을 종합한 네이쳐 게재 논문(Community estimate of global glacier mass changes from 2000 to 2023)은 2000~2023년 전 세계 빙하가 연평균 273 ±16 Gt씩 줄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1년 동안 미국 전역에 1m 높이의 물을 덮을 수 있는 규모다. 같은 기간 총 손실량은 6,542 Gt으로, 해수면을 18mm 끌어올렸다. 특히 2012년 이후 빙하 감소 속도는 앞선 10년보다 36% 더 빨라졌다. 단순한 변동이 아니라 ‘가속’이 확인된 것이다.

지구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WMO(2024), State of the Global Climate 보고서에서 캡처

히말라야에서 안데스 빙하 호수까지

스위스의 알레취빙하는 유럽 최대 빙하다. 그러나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기록적 손실을 입으며 체적의 10%를 잃었다. 현지 연구소(GLAMOS)는 “빙하 체적의 25%가 단 10년 만에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2025년에도 추가로 3% 감소가 확인됐다.

네팔과 부탄, 파키스탄 등 10억 인구가 의존하는 히말라야 빙하는 최근 10년간 손실 속도가 65% 빨라졌다. ICIMOD(2023)는 “세기말까지 최대 75% 체적 손실”을 경고했다. 이는 인도갠지스·중국황하 수자원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알래스카와 캐나다 서부의 빙하는 전 세계 손실량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서북미는 2023년, 2000년대 평균보다 기록적 손실률을 기록했다.

안데스 산맥은 빙하가 사라지며 농업용수와 수력발전 불안정을 겪고 있다. 페루의 빙하호수는 위험수위에 올라 GLOF(빙하호수 범람) 위험이 상존한다.

빙하 감소가 촉발하는 연쇄 충격 파고

빙하는 자연의 댐이다. 봄철에 서서히 녹으며 강 유량을 유지해왔으나, 최근에는 융설이 앞당겨지고 여름 갈수기에 물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농업과 수력발전, 식수 공급이 타격을 받는다.

전 세계 1,500만 명이 GLOF 위험권에 살고 있다. 인도, 파키스탄, 중국, 페루가 특히 위험하다. 2016년 네팔의 디곡빙하호수 범람은 200명 이상을 대피시켰고, 도로와 농경지를 파괴했다.

북극권에서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건물·도로가 붕괴되고 있다. 영구동토층 속 메탄과 수은이 대기와 수계로 방출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고 생태계에 독성을 퍼뜨린다.

빙하 손실은 해수면 상승의 약 25%를 차지한다. 2000~2023년 사이에만 18mm를 높였으며, 이는 연안 도시 수백 곳에 침수 리스크를 키웠다.

지구 온난화 막지 못하면 해수면 상승

한 연구(Science, 2023)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온난화를 1.5°C로 억제할 경우 빙하가 26% 손실되지만, 4°C에 이르면 41%가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같은 빙하라도 온도 차이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히말라야–카라코람–힌두쿠시(HKH) 빙하는 3°C 상승 시 최대 75% 소실된다. 이는 10억 명의 식수와 농업 기반을 뒤흔든다.

북극 해빙과 그린란드 빙상이 지속적으로 녹으면 대서양 자오선역류순환(AMOC)에 영향을 주어 유럽과 아시아 기후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1989~2022년, 한국 연안 해수면은 평균 10.3cm 상승했다. 동해는 연 3.44mm, 서해는 3.15mm, 남해는 2.71mm씩 올랐다. 특히 울릉도와 경기만 일대는 연 4mm 이상 상승 구간이다. 동해 연안의 해안선 변화와 침식 양상을 검토한 한 논문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만으로 해안선 침식 속도가 1m/10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해안 보호, 영양, 어업 경제적 이익 및 전반적인 해양 생태계에 대한 추정된 상대적 인간 의존도로 각 막대는 이익의 규모, 손실 취약성 및 대체 가능성을 반정량적으로 통합하는 지수 값을 나타낸다. 해양 및 연안 생태계와 그 서비스. 기후변화 2022: 영향, 적응 및 취약성. 
ipcc

한반도 연안도 점점 혼란의 길로 향한다

해양수산부의 ‘최근 5년간(2019~2023년) 연안침식 우려 심각 현황’에 따르면, 전체 360개 해안 중 우려 지역(C등급)은 138곳, 심각지역(D등급)은 18개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초·삼척, 제주 해안은 관광과 지역경제 기반을 위협받고 있다.

2024년 한국 연근해 수온은 57년 관측 이래 최고치(18.74℃)를 기록했다.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어류 폐사가 잦아지고, 어종 분포가 북상하면서 어업 현장이 혼란을 겪는다.

항만 인프라, 연안 관광지, 해안 문화유산은 해수면 상승과 폭풍해일의 이중 충격에 노출된다. 태풍과 장주기 파랑이 겹치면 재난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탄소배출 감축은 빙하를 지키는 근본적 해법이다. 1.5°C와 3°C의 미래는 빙하 손실률에서 수십 퍼센트 차이를 만든다.

연안 방재시설 설계 기준 상향할 때다

현재의 방조제·방파제·하천배수시설은 대부분 1990~2000년대 해수면 평균치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최근 해수면 상승 속도를 고려하면 기준의 상향이 필요하다.

기존 시설의 ‘여유고(설계 높이)’가 실질적으로 낮아져, 폭풍해일이나 집중호우 시 내수침수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50년 설계수명을 전제로 할 경우, 상승속도 3 mm/yr 기준으로 추가 여유고 15 cm 이상 확보 의무화를 비롯 해수면+폭풍+조석의 합성극한수위(HAT+Storm Surge) 기반 설계로 전환하는 등 해수면 상승 보정 설계기준의 도입이 필요하다.

고도계(Altimeter)·조위계·GNSS를 결합해 시설별 ‘상대 해면고도’를 실시간 추적 등 항만·배수시설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도 절실하다. 도시 침수 취약지역에는 국토부·지자체 협업 등 복합대응 틀을 마련해야 한다. 하천·해안의 경계지역인 인천, 마산, 포항 등에 ‘복합재해 대응지수’ 설계도 시급하다.

네덜란드 와덴 해(Wadden Sea) 연안에 조성된 염생 습지(Vuik et al., 2018). 이미지 출처: 오상호(2023), 기후변화를 고려한 연안역 보호 방법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서 캡처

자연기반 해안방어(NbS)의 복원력 키워야

인공방조제 중심의 연안 방재는 단기적 효과에 비해 생태계 훼손, 퇴적 불균형, 침식 가속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해왔다. 세계적으로는 습지·염습지·사빈 복원을 통한 자연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해안선에서 일정 거리(100~300m)를 완충구역으로 지정하고, 개발행위 제한 등 연안 완충지대 법제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완충지대 내 염습지·모래언덕을 복원하여 파력과 범람 에너지를 자연적으로 흡수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매립지·폐염전 등을 단계적으로 갯벌로 환원하고, 기존 콘크리트 제방 일부를 ‘식생제방(living shoreline)’으로 개조하는 등 생태제방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완충습지는 해수면 상승에 따라 ‘자연적으로 상승하는 방어선’을 제공하며, 서식지 복원·탄소흡수(블루카본) 효과까지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연안 침식 상황을 고려하면 '순응적 사빈관리(Sediment Management)' 도입과 모래 순환을 복원하기 위해 해류·퇴적 동태 분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뜨거워지는 연근해...양식장 어류가 죽는다

바다는 평년보다 뜨겁고, 어장은 해마다 불안하다. 전남 해역의 넙치·전복 양식장은 여름 내내 고수온 피해가 이어졌고, 동해안의 주요 어종이 북상하면서 어민들의 어획량은 급감했다.

기후위기가 바다의 생태계 지도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지금 어장은 더 이상 과거의 바다가 아닙니다. 수온이 1~2도만 올라가도 물고기의 먹이와 산란 주기가 모두 달라진다." 현장의 어민들의 하소연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24년 한반도 주변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8.74도로, 최근 57년(1968~2024년) 관측 기록 중 가장 높았으며, 평년 대비 0.65도 상승했다. 이는 2023년의 최고 기록인 18.09도보다 0.65도 더 높은 수치다.

특히 남해와 동중국해를 중심으로 해양열파 현상이 빈발하면서 양식어류 폐사율이 일부 연안과 종에서 최대 30%에 달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이상기온’이 아니라, 해양의 구조적 변화라고 지적한다. 빙하가 녹으면서 대양의 염분과 순환 체계가 바뀌고, 해수의 온난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성 품종 전환…“뜨거운 바다에 맞는 물고기”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내성 품종 전환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의 넙치·전복 대신, 고수온·저염분에 강한 조피볼락·해삼 등으로 단계적 전환이 추진된다. 또한 유전육종기술을 활용해 내열성 품종을 개발하는 연구도 병행된다.

전복 같은 온도 민감 어종은 기존의 양식 방식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만큼 유전학 기반의 내열성 품종 육종과 함께 양식 환경 자체의 디지털 전환에 착수한 것이다.

정부는 위성 관측과 수중 IoT 센서를 결합한 ‘스마트 어장 모니터링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위성으로 해수면 온도를 감시하면서, 양식장에 설치된 수온 센서·산소 센서와 연동해 실시간으로 열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예·경보를 발령한다.

데이터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수집되어 ‘어장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통해 이동식 그늘막, 냉수 취수 시스템 등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고수온이 감지되면 즉시 냉수 순환 장치가 가동되고, 그늘막이 내려가 수온 상승을 늦춘다.

‘기후위험 펀드’에 위성위치측정 모니터링 체계

고수온·적조 피해가 반복되면서, 정부는 ‘기후위험 펀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해양수산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설계 중인 이 펀드는, 양식어민이 고수온·적조 피해를 입을 경우 보험 형식으로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종의 ‘기후 재해 상시 대응보험’으로, 유럽과 일본의 ‘블루카본 연계 수산보험’ 모델을 참고해 기후위기 시대의 어업 안정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불어나는 데도 이를 정밀하게 감시할 수 있는 장비가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 한국 전역의 조위계는 약 50여 개소, GNSS(위성위치측정) 기반 지반변위 모니터링이 함께 운영되는 곳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확히 얼마나 해수면이 오르고, 지반이 내려앉는지 동시에 측정해야 실제 위험을 계산할 수 있는데 지금은 데이터가 파편화돼 있어 미래지향적 도시·항만 설계에 반영하기 어렵다.

해수면 상승과 관련된 위험 및 지속가능발전목표.
WMO

AI 기반 예측모델로 10년 단위 해수면 예보

정부는 향후 5년간 해양수산부·기상청·국토지리정보원 데이터를 연동해 ‘통합 해수면 관측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요 해안선에는 고도계·조위계·GNSS가 동시에 설치되어 상대 해면 변위(ΔRSL)를 실시간으로 계산·시각화한다.

이 데이터는 국제공유망인 GCOS·GLOSS(유네스코 산하 WMO 체계)로 전송돼 세계 기후 감시 체계에 포함된다.

이와 함께 AI 기반 장기 예측모델도 개발 중이다. 위성자료와 기상데이터를 통합한 머신러닝 모델로 10년 단위의 해수면 상승 예측치를 산출, 방재·어업·도시계획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극한 해수면 상승이나 폭풍해일을 ‘사후 복구’가 아닌 ‘사전 대응’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다.

선택지는 자연에서 데이터로, 국내에서 세계로

빙하의 손실, 해수면의 상승, 바다의 열변화 등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읽어내는 눈이 곧,
다가올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빙하가 녹는 것은 북극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미 해수면 상승과 폭풍해일, 연안침식, 양식장 폐사, 도시 침수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그것은 곧 우리의 강물이자 바다이며, 우리의 식탁과 도시를 지탱하는 생명줄이다.

20년간의 데이터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한다. 빙하는 가속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제 남은 선택은 단순하다. 더 잃을지, 덜 잃을지. 대응의 해법도 분명하다. 인공에서 자연으로, 단기 대응에서 데이터 기반 장기 전략으로, 그리고 국내 중심에서 국제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한국은 국제 연대를 바탕으로 한반도 안전을 위한 선제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후금융과 ODA를 통해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호수 경보망 구축 지원처럼 주도적인 역할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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