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동아시아와 아세안 주요국 중앙은행 및 금융당국의 기후대응 정책 평가에서 경제 규모와 제도적 역량에 비해 중하위권에 머물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녹색전환연구소는 23일 국제 싱크탱크 ‘포지티브머니(Positive Money)’가 이달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을 포함한 총 13개국의 중앙은행 및 금융 감독 기관의 녹색 중앙은행 정책 통합 현황을 다룬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녹색중앙은행 성적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녹색 금융 전반을 중하위권으로 설명했다.
포지티브머니는 13개국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녹색금융 정책을 ▲선도그룹(Leading) ▲중간그룹(Middle) ▲후발그룹(Lagging)으로 나눠 평가했다. 그 결과, 중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은 선도그룹에 올랐다. 이들 국가는 녹색채권 발행, ESG 공시 제도, 녹색대출 규제 등 강력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국, 태국과 함께 ‘중간그룹’…5개국만 더 낮아
한국은 태국과 함께 중간그룹에 분류됐다.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브루나이·미얀마 등 5개국만이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196억 달러를 ESG 자산에 편입하고, 석탄 투자 배제 및 녹색여신 관리지침 발표 등 제도적 성과를 거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위원회가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와 ‘K-택소노미’를 보완한 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정책 이행 부문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녹색여신 관리지침이 대출 실적과 연계되지 못한 점 ▲녹색채권 발행 부진 ▲ESG 공시 의무화 시기 연기(2026년 이후) ▲탄소중립 목표 공개 의무화 부재 등이 주요 지적 사항이었다.
보고서는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지만, 실행력이 초기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녹색채권 발행 부진·ESG 공시 지연 ‘낙제점’
이어 녹색국채 발행을 본격화하고, 금융기관 대출 실적과 연계된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하는 등을 주문했다. 특히 ESG 공시 의무화 같은 구속력 있는 제도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역사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한국은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한국은행은 2021년 검토하겠다고 한 기후정책들을 더 강도 높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는 아세안+3 지역을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기후위기 물리적 피해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규정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연간 9조 2,000억 달러 규모의 녹색투자가 필요하며, 이 가운데 3조 1,000억 달러가 아시아 지역에 투자돼야 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