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공기관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최초로 마련됐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지표 체계, 지표별 구성 등을 담은 ESG 가이드라인 개요, 분야별 항목을 다룬 ESG 경영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 ESG 경영보고서 작성 템플릿, 주요 용어 정리 등으로 구성된 '공공기관 ESG가이드라인(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부문이 민간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받는 현실에 맞춰, ESG 경영체계를 정립하고 정보공시 기준을 표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민간기업의 ESG 경영이 투자자 신뢰 확보와 시장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온 것과 달리, 공공기관은 외부 자본 유입이 제한된 구조 속에서 “정책 수행의 정당성과 공공성 확보”를 ESG의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도 문건에 명시됐다. 그동안 기관마다 제각각이던 지속가능경영·사회적가치 보고서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공공부문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 요구…공시 품질이 핵심”
그동안 공공기관들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적 가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간헐적으로 발간해 왔지만, 보고 양식과 지표 해석이 제각각이라 기관 간 비교와 정책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알리오(ALIO) 통합공시를 통해 ESG 관련 수치가 일부 공개돼 왔지만, “정량지표 나열에 치우쳐 국민과 정책 수요자가 기관의 ESG 활동을 종합적으로 이해·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정부의 자평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국제 공시 기준과 국내 지침을 폭넓게 반영했다. GRI(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 산업통상자원부 K-ESG 가이드라인, 알리오 통합공시 매뉴얼, 공공기관이 이미 발간 중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종합 분석해 공통 공시요소를 추려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연구기관·ESG 전문가로 워킹그룹을 꾸려 회의를 거친 끝에 총 37개 지표, 81개 세부지표를 도출했다. 지표는 ▲총괄(ESG 목표 및 전략·중대성 평가·공시 등) ▲환경(E) 13개 ▲사회(S) 14개 ▲지배구조(G) 10개로 나뉜다.
환경 분야에는 온실가스·에너지·폐기물·용수·기후위험·생물다양성 등이, 사회 분야에는 노동·다양성·안전·협력사 ESG·개인정보 보호 등이 포함됐다. 지배구조 영역은 이사회 구성과 역할, 내부통제·감사, 윤리규범 위반 공시 등 거버넌스 핵심 항목을 담았다.
GRI·K-ESG·ISSB 반영…37개 지표·81개 세부지표
지표별로는 ‘지표 선정 배경–지표 정의–관련 법령 및 국제기준–작성 대상 기관–주요 기재사항–알리오 공시와의 연관성–작성 사례’ 순으로 구성해 실무자가 그대로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이 모두 적용 대상이며, 기관 특성에 따라 일부는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이드라인의 특징은 기관별 역량 차이를 고려해 지표를 ‘필수’와 ‘자율’로 나눴다는 점이다. ESG 경험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 규모 기타공공기관도 참여할 수 있도록 최소 기준을 제시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공시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기재부가 올해 5월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기관의 84%가 “공공기관에 맞는 ESG 경영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일부 소규모 기관은 인력·예산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단순한 공시 항목 확대가 아니라, 정보 품질과 해석 가능성을 높이는 실질적 공시 체계”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알리오와 연계·경영평가 반영도 검토
향후 운영방향도 제시됐다. 정부는 초기에는 권고 위주로 적용하되, 일정 기간 시범 운영과 기관별 이행 경험을 축적한 뒤 필수 공시 항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알리오 통합공시와의 연계를 강화해, 숫자와 설명이 분리돼 있던 기존 공시를 “맥락과 스토리가 담긴 ESG 정보”로 재구성한다는 구상이다.
또 매년 가이드라인의 타당성과 작성 원칙의 이행 정도를 점검하고, GRI·ISSB 등 국제 기준 개정에 맞춰 내용을 보완하기로 했다. 기관들이 스스로 공시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자가 진단 기능과 함께, 우수 공시 기관 표창·모범사례 공유 등 인센티브도 검토 대상이다. 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등 주요 평가체계와 ESG 공시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공공부문 전반은 물론 민간 영역까지 지속가능한 ESG 생태계를 만드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