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기업의 ‘자연(Nature)’ 관련 공시가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내용의 질과 국제 기준 정합성은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회계법인 EY가 발표한 2025 글로벌 네이처 액션 바로미터에 따르면 조사 대상 435개 기업 가운데 93%가 공시 문서에서 자연 관련 사항을 언급했지만,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NFD) 권고안에 정합(alignment)하게 정보를 공개한 기업은 26%에 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TNFD를 별도 보고서 또는 기존 연차·지속가능성보고서 내 TNFD 인덱스 형태로 체계화해 발간한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공시의 외연은 빠르게 확대됐지만 프레임워크에 맞춘 체계적 공시 역량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역별 편차 뚜렷, 체계화 한 기업도 13%뿐
특히 ‘지표·목표(metrics & targets)’ 축과 관련해 TNFD 권고에 정합적인 기업 비율은 22%로 가장 낮았다. 다수 기업이 재무적 중요성(materiality)과 연동된 정량 지표 선정과 목표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미주·유럽·중동·인도·아프리카(EMEIA)가 커버리지 94%, 정합 29%로 가장 높았고, 아시아태평양은 각각 94%·25%, 미주는 각각 91%·22%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소비재(Consumer goods) 33%, 광물·추출(Extractives & mineral processing) 32%가 TNFD 정합 비율 상위권이었고, 식음료는 커버리지 98%, 정합 28%로 뒤를 이었다. 서비스업은 정합 19%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다수 기업이 여전히 자연을 핵심 중대 이슈로 특정하지 못했거나, 자연 의존·영향·리스크·기회를 명확히 정의한 전략과 목표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접근성 한계·공급망 복잡성 등이 원인
공시의 질이 낮은 배경으로는 ▲보고 체계의 성숙도 부족 ▲관련 과학 데이터 접근성과 내부 역량 부족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정보 비대칭 등이 꼽혔다.
2024년 10월 기준 TNFD 정합 공시를 채택(Adopter)한 기관은 전 세계 500곳 이상으로 파악된다. TNFD는 자율적(권고) 프레임워크로 유럽연합(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 의무 공시 제도와 일부 중첩된다. 호주·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TNFD를 토대로 의무화 논의를 진전 중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등 국내 금융권은 TNFD 프레임워크에 따라 자연자본 관련 내용을 공시하는 데 적극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정부 및 감독 기관의 가이드라인 제시 또는 제도화 여부는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번 조사는 EMEIA·아시아태평양 등 글로벌 10개 산업군의 상장사와 대기업 435곳을 대상으로 TNFD 4대 공시 축(거버넌스·전략·리스크·지표와 목표)을 중심으로 정량화 했다. 대상 기업 중에는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다수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