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시 지역 온실가스 농도, '배경농도' 넘어섰다
국내 도시 지역 온실가스 농도, '배경농도' 넘어섰다
서울환경과학원 보고서에서 확인된 CO₂ +20ppm 안팎, CH₄ +100ppb 이상의 격차는 “도시가 만들어낸 온실가스 구름”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실제로 공기 중에 얼마나 쌓였는지를 설명하는 지표이다. 도시가 배경농도를 넘는 것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도시의 공통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격차가 얼마나 큰가, 그 격차가 줄고 있는가 또는 늘고 있는가에 있다.
Climate&Risk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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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시 지역의 온실가스 농도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첫 국가 공식 보고서가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연재)은 ‘2023~2024 온실가스 통합 감시보고서’를 15일 배포했다.

이 보고서는 도시 대기 온실가스 측정망을 포함해 국내 도시 지역의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 농도를 체계적으로 공개한 첫 사례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총괄하는 온실가스 관측 연구협의체 14개 참여기관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총 16개 지점에서 측정한 결과다.

편집자 주: 14개 참여기관은 국립환경과학원, 서울/경기/충남/제주/전남보건환경연구원, 국립산림과학원, 서울대학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기상과학원, 극지연구소, 서경대학교 등이다.

관측 지역은 2023년 기준 서울(은평, 용산, 남산 상/하층, 송파, 관악), 경기(안산, 김포, 평택, 관악산), 충남 내포 등이며 2024년 추가된 지역은 서울(성북), 대전, 울산, 전북 익산, 제주 등 총 16개소다.

이번 보고서는 대규모 산업·교통 배출원에서 떨어져 있는 안면도 지구대기감시소가 기준으로 한국의 기본선(baseline)에 해당하는 공기 상태를 보여주는 곳으로 설정됐다.

그동안 개별 연구기관 단위로 산발적으로 축적돼 온 온실가스 측정 자료를 하나로 통합해 정리했다는 점에서, 국내 기후정책의 과학적 기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용산의 2023년 평균 및 계절별 풋프린트 공간 분포. 주로 남쪽에 위치한 배출원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풋프린트가 동서 방향으로 넓게 퍼져있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봄과 여름철에는 남쪽, 가을과 겨울철에는 북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출처: 보고서에서 캡처.
국립환경과학원

도시 CO₂·CH₄ 농도, 배경지역보다 ‘뚜렷이 높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국 11개 도시 지점의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는 451.1ppm, 2024년 16개 지점 평균은 450.8ppm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안면도 배경농도(2023년 427.6ppm, 2024년 430.7ppm)보다 각각 23.5ppm, 20.1ppm 높은 수치다. ppm(parts per million)은 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농도 단위로 공기 100만 부피 단위 중에 특정 기체가 몇 부피 단위 들어있는지 나타낸다. 주로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시 사용된다.

메탄 농도 역시 도시 지역의 특성이 분명히 드러났다. 2023년 7개 도시 지점 평균은 2178.3ppb, 2024년 12개 지점 평균은 2153.9ppb로, 안면도 배경농도(2023년 2024.7ppb, 2024년 2030.1ppb)를 크게 웃돌았다. ppb(parts per billion)는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농도 단위로 ppm보다 더 작은 농도를 나타낼 때 사용하며, 메탄 등 미량 기체의 농도를 측정할 때 활용된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도시 지역의 에너지 사용, 교통, 산업·생활 활동이 온실가스 농도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도별 변화에서는 주목할 만한 흐름도 확인됐다. 2023년 대비 2024년 도시 지역 CO₂ 연평균 농도 상승폭은 1.1ppm으로, 같은 기간 안면도 배경농도 상승폭(3.1ppm)보다 작았다. 메탄은 오히려 도시 평균이 8.7ppb 감소해, 배경농도의 증가 추세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증가폭은 둔화”…정책 효과 가능성도 시사

보고서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국내 탄소중립 정책과 에너지 효율 개선, 배출 저감 노력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측정 지점 수가 제한적이고 관측 기간이 짧은 만큼 중·장기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계절별 분석에서는 도시 온실가스의 ‘생활형 배출’ 특성이 두드러졌다. 이산화탄소는 여름철 강수와 식생의 광합성 영향으로 낮아지고, 난방과 에너지 사용이 증가하는 겨울철에 높아졌다. 메탄은 농경지 관개와 미생물 활동이 활발한 6~10월 사이 농도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변화 분석에서는 출근 시간대 교통·도시 활동 증가에 따라 CO₂ 농도가 상승하고, 낮 시간대 대기 혼합고가 높아지면서 농도가 낮아지는 패턴이 공통적으로 관측됐다. 수도권에서는 인구와 대형 건물이 밀집한 서울 송파 지역이 가장 높은 온실가스 농도를 기록했다.

이번 보고서의 의미는 단순한 현황 공개를 넘어선다.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과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국가·지자체 단위의 측정·보고·검증(MRV)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그 핵심이 바로 ‘도시 온실가스 농도’라는 설명이다.

2022년 기준 불광 지역 ODIAC(open-source data inventory for anthropogenic CO₂) 평균. 배출량 공간 분포 자료는 상향식으로 산정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발전소 위치 정보와 야간 조명 자료 등 공간 프록시를 적용해 세분화한 ODIAC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서울 은평구 불광(BGW) 관측지점 기준 남쪽으로 CO₂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남서 방향으로 당인리 발전소와 인천 지역의 발전시설이 분포해 있어, 고농도 사례 시 이러한 대규모 점배출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북동쪽으로는 뚜렷한 대형 점배출원이 없고 전반적으로 배출량이 낮아, 주로 북동쪽에서 기류가 유입될 때 저농도 사례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지 출처: 보고서에서 캡처.
국립환경과학원

배출량이 아니라 ‘농도’로 증거 제시

국립환경과학원은 현재 14개 참여기관이 16개 도시 지점에서 관측을 수행하고 있으며, 연구협의체는 초기 4개 기관에서 18개 기관으로 확대됐다. 향후 배출원·흡수원 중심의 통합 감시체계를 통해 정책 이행 효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도시 온실가스 농도가 배경지역을 지속적으로 웃돈다는 사실은, 탄소중립이 더 이상 선언이나 목표 설정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배출량 통계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실제 대기 중 농도 변화를 근거로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앞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 평가, 전력·교통·도시계획 등 부문별 감축 전략 수립, 그리고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의 핵심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도시의 공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탄소중립 역시 성과를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보고서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종천 국립환경과학원 기후탄소연구부장은 “온실가스 통합 감시보고서는 감축 정책의 성과를 ‘숫자’가 아니라 ‘현실의 공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맞춤형 감축 전략 수립과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핵심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편집자주: 배경농도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자연 상태의 온실가스 농도를 의미한다.

배경농도를 넘어섰다는 의미는 자연 상태의 대기 수준을 넘는 만큼, 그 지역에서 ‘사람이 만든 배출’의 영향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도시지역 CO₂·CH₄ 농도가 배경농도보다 높다는 것은, 그 차이만큼이 '자연'이 아니라 ‘도시 활동의 결과’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화석연료 사용(전력, 난방, 산업), 자동차·물류·항공 및 교통, 건물 냉난방, 도시가스 누출, 산업단지·매립지·농업 활동 등을 가리킨다.

보고서에서 확인된 CO₂ +20ppm 안팎, CH₄ +100ppb 이상의 격차는 “도시가 만들어낸 온실가스 구름”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실제로 공기 중에 얼마나 쌓였는지를 설명하는 지표이다.

도시가 배경농도를 넘는 것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도시의 공통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격차가 얼마나 큰가, 그 격차가 줄고 있는가 또는 늘고 있는가에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도시 CO₂ 상승폭이 배경농도보다 작았고, 메탄은 도시 평균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도시 감축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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