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대 뉴스...국가 컨트롤타워·전환정책 재설계 이후 과제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식 허브 '플래닛 리터러시'는 올해 국내외 기후·에너지 이슈 보도 가운데 10대 뉴스를 꼽았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구조 변화는 '정책의 주체'가 바뀐 장면이다. 탈탄소화·재생에너지 보급·전력망 확대·기후재난 대응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월 1일 문을 연 기후정책 총괄과 에너지 기능을 한 조직에 묶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그 주인공이다.
2차관·4실·4국·14관·63과의 매머드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전력망 고속도로, 탄소시장 정상화, 기후적응 강화라는 ‘패키지형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단 해상풍력은 정부 주도 ‘계획입지’로 전환되며 인허가 지연을 제도적으로 끊어내겠다는 로드맵(71개월→31개월)을 제시했다.
수출규범 전쟁: '친환경' 증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조직 개편'을 넘어 실행력(예산·규정·인허가·갈등 조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가 관건이다. 내년부터 관련 어젠다에 속도가 붙을수록 지역 수용성, 계통 안정, 산업 경쟁력의 비용 흐름도 주목할 만한 이슈다.
올해 글로벌 규제는 방향성은 더 뚜렷해졌지만 강도는 차이가 있었다. EU는 CSRD·CSDDD를 ‘슈퍼대기업 중심’으로 좁히며 완화 기조도 드러냈다.
그러나 공급망·투자자 요구가 사라진 것은 아닌 만큼 철저하고 통합적인 대응 전략이 요청된다. 오히려 기업 현장에서는 “어떤 보고서를 쓰는가”보다 “무엇을 어떤 데이터로 증명하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그 핵심 도구는 DPP(디지털 제품 여권)와 PEF(제품 환경발자국)이고, 둘 다 LCA(전과정평가)를 전제로 한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표현의 근거를 묻는 규제가 부상했다. 공정위의 포스코 친환경 광고 시정명령은 B2B 제품이라도 과장·오인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히고 있다.
전력망·PPA·AI 수요: 전환의 병목이 ‘망’으로 이동
'규제 후퇴 vs 규제 강화'와 같은 프레임은 이제 넘어섰다. 현장에서는 ‘문턱’이 이동할 뿐, 데이터·검증·책임의 요구는 더 깊어지고 있어서다. 새해부터는 ESG 담론 논의가 아니라, 통관·조달·라벨·광고·소송으로 이어지는 ‘규범의 집행’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방점을 찍은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요구로 자리잡고 있다. 전환의 병목은 '발전원이 아니라 계통'임이 분명해졌다. 재생에너지 확대 지연을 풀 고리로는 전력망 병목, PPA 제도, RPS 개혁이 제시됐다.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는 AI 데이터센터라는 ‘초대형 신규 수요’의 과제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전력은 비용 항목이 아니라 산업 입지와 생존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의 AWS 100MW급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분산에너지특화지역·PPA 가능성 같은 제도 환경이 투자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반면 재생에너지가 늘수록 관성 저하·전압 제어 한계·공진 등 계통 불안정이 커진다는 경고음도 요란했다. 해법으로는 ‘설비 확충’만이 아니라 ‘디지털 제어능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즉, 전환의 성패는 기술 낙관론이 아니라, 병목의 제거 속도로 판가름될 것이란 분석이 이어졌다.
투명성·국제탄소시장: ‘기후 데이터’가 시장 출입증
'좋은 전환'이냐 '나쁜 전환'이냐의 논쟁에서 2026년은 계통·시장·수요(특히 AI)의 삼각관계가 어떻게 정책과 투자 결정을 바꾸는지, 그리고 그 비용이 어떤 요금·보조금·지역 갈등으로 나타나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편,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중심은 수사적인 감축 선언에서 '데이터로 검증되는 이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6년 시행을 앞둔 SB 253·SB 261 체계를 확정 단계로 끌어올리며, 기후공시를 사실상 ‘미국판 CSRD’로 만들고 있다. 특히 2027년부터 스코프3 공개를 의무화하면, 한국 기업은 직접 대상이 아니더라도 미국 고객사·OEM을 통해 가치사슬 데이터 압박을 받게 된다.
브라질 아마존의 도시 벨렘에서 열린 COP30 총회의 이야기는 ‘이행의 COP’라는 성찬에도 불구하고, 전력망·투자·정의로운 전환·교육·사회적 대화의 미흡 같은 현실의 그늘이 더 짙었다.
국제 탄소시장 본격 가동과 MRV(측정·보고·검증) 정비 요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기업의 회계·데이터 시스템과 직결되고 있어 한국 정부와 기업의 할 일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새해에는 국내 전력망·도시·농업·사회보호·기업 회계 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상호 연계되는지, 그래서 ‘기후 데이터’가 산업 경쟁력으로 뒷받침되는 과정이 주목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