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소비의 기후 부담 현실화…“숨겨진 배출 드러났다”
국내 육류 소비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규모가 석탄화력발전소 배출량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소고기 소비가 전체 육류 관련 탄소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식생활과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둘러싼 논의가 커질 전망이다.
국내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 「고기, 농장에서 매장까지」를 통해 국내 최초로 정육 1kg당 육류별 탄소발자국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생산·사육 단계뿐 아니라 가공·운송·유통·보관 과정까지 포함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Cradle to Retail)’ 방식의 전과정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 방법론을 적용했다. 기존 연구들이 국내 축산 단계 중심 분석에 머물렀다면, 이번 보고서는 소비 이전 단계 전반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종합적으로 추적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고기 한 점의 탄소”…석탄발전 3분의 1 규모 배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육류 소비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700만 톤(CO₂-eq.)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내 전체 석탄화력발전소 배출량의 약 34%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 육류 소비가 사실상 대규모 산업 부문과 맞먹는 수준의 배출을 유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육류 종류별로는 소고기의 탄소배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 육류 관련 배출량 가운데 약 56%가 소고기 소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추동물인 소는 사육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데다 사료 생산과 토지 이용, 장거리 운송 과정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후솔루션은 특히 한국인 소고기 소비의 약 60%를 차지하는 수입산 소고기 배출량까지 이번 분석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국내 축산업 배출량만 계산한 것이 아니라 해외 사육 과정과 국제 물류망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추적했다는 것이다.
사육·운송·유통…식탁 '고기'의 전 과정 주목
이에 따라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뿐 아니라 사료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 국제 해상·항공 운송, 냉장·냉동 보관, 유통 단계의 에너지 사용까지 모두 분석 범위에 포함됐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고기를 구매하지만, 실제 배출은 세계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개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육류 소비가 남기는 탄소 흔적은 더욱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보고서는 “1년 동안 소비한 고기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김포~제주 노선을 21차례 비행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포~제주 노선 1인 편도 비행 시 발생하는 53kgCO₂ 배출량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보고서는 이러한 배출량을 그동안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 ‘숨겨진 배출(hidden emissions)’이라고 규정했다. 자동차 배기가스나 발전소 굴뚝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일상적인 소비 행위 속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지속가능한 식단 전환 논의가 더 이상 개인 취향이나 건강 문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육류 소비 문제를 생산·유통·수입 구조와 연결된 기후위기 대응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탄소중립 정책 논의에서 산업과 에너지 부문뿐 아니라 식품 소비 구조 역시 주요 의제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