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SG 평가기관 규제 본격화…2028년부터 FCA 인가 의무화

영국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기관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한다. 영국 시장에서 ESG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금융감독청(FCA)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평가 방법론과 지배구조, 이해충돌 관리 등에 관한 엄격한 규제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최근 ESG 평가 제공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ESG 평가 제공업체를 금융당국의 공식 감독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영국 정부가 2025년 10월 ESG 평가기관 규제를 위한 관련 법률을 확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새로운 규제 체계는 2028년 6월부터 시행되며, FCA는 2027년 6월 24일부터 대상 기업의 인가 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규제 정책 관련 문서 표지.

해외 평가기관까지 규제…ESG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 강화

규제 대상은 영국에 기반을 둔 기업뿐 아니라 영국 시장에서 ESG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기업에도 적용된다. FCA는 기업들이 규제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인가 준비를 지원하기 위한 웹 세미나와 사전 신청 지원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ESG 평가의 투명성·신뢰성·비교 가능성을 높여 투자자들이 평가 결과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SG 평가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판단하고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보로 활용되고 있지만, 평가기관마다 방법론과 평가 기준이 달라 동일한 기업에 대해서도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등 시장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새로운 프레임워크는 크게 투명성, 지배구조, 시스템 및 내부통제, 이해충돌 관리, 평가 이용자 및 평가 대상 기업과의 소통 등으로 구성된다.

평가 방법론 공개부터 내부통제까지…책임성 강화

우선 ESG 평가기관은 평가 상품과 개별 등급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공개 대상에는 평가 방법론과 목적, 평가 범위 및 대상 기업, 데이터 수집·활용 방식, 평가의 한계, 평가 대상 기업과의 소통 및 참여 방식 등이 포함된다. 평가 이용자에게는 상품과 개별 등급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평가 대상 기업도 요청할 경우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평가 방법론의 중요한 변경 사항은 이용자에게 사전에 알려야 하며, 새로운 등급을 부여할 경우 평가 대상 기업에도 사전 고지해야 한다. 평가 대상 기업이 요청하면 등급 산출 과정과 결과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도 제공해야 한다.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에 관한 요건도 강화된다. ESG 평가기관은 기업의 규모와 사업 복잡성에 비례하는 적절한 지배구조 체계를 갖춰야 한다. 외부에 위탁한 업무를 포함해 ESG 평가 전 과정에 대한 최종적인 운영 책임도 유지해야 한다. 효과적인 감독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영국 내 사무소를 운영해야 한다.

평가의 일관성과 품질을 담보하기 위한 내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최신 정보를 활용하고 평가 방법론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통제 절차를 마련해야 하며, 품질 보증과 데이터 검증, 방법론 검토를 위한 절차도 갖춰야 한다.

이해충돌 방지·국제 기준 반영…"인가 준비 나서라" 주문

또한 평가 과정과 결과에 관한 기록을 보관하고, 평가 담당자가 충분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는 동시에 독립적이고 청렴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해충돌 방지 역시 주요 규제 영역이다. 평가기관은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 요인을 식별하고 예방·관리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이를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이용자와 평가 대상 기업의 불만을 처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과 절차를 마련하고, 등급이 어떤 데이터와 방법론을 통해 산출됐는지 추적할 수 있도록 관련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

FCA는 이번 규제 체계가 국제적인 규제 기준과 기존 업계의 자율규범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의 ESG 평가 및 데이터 제공업체 관련 권고사항을 비롯해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ESG 등급 및 데이터 상품 제공업체 행동강령 등을 참고했다는 것이다.

기업의 규모와 활동 범위에 비례하는 규제를 적용해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면서도 경쟁과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FCA의 인가 및 지속가능금융 담당 이사인 로라 도스(Laura Dawes)는 "대상 기업들이 규제 적용 여부를 확인하고 인가 준비에 조기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평가시장, 자율규제에서 공적 감독 체계로…국내 기관은?

이번 ESG 평가기관 규제는 금융상품이나 금융기관 자체에 대한 감독을 넘어 투자 판단에 활용되는 ESG 정보의 생산·평가 과정까지 금융 규제의 영역으로 편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SG 평가기관의 자율적인 방법론과 정보 공개에 의존하던 시장에 공적 감독과 책임성의 틀을 도입한 것이다.

특히 영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해외 평가기관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글로벌 ESG 평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ESG 평가기관도 평가 방법론의 투명성, 평가 결과의 일관성, 이해충돌 방지 및 품질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SG 평가의 신뢰성이 자율규제의 영역을 넘어 공적 감독과 제도적 책임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역시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한편 영국의 금융감독 체계는 FCA와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 산하 건전성규제청(PRA)이 역할을 분담하는 이원적 구조다. FCA는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건전성 유지, 경쟁 촉진을 주요 목표로 금융기관과 자산운용사, 금융상품 및 시장 행위 등을 감독한다. 반면 PRA는 은행과 대형 보험사 등 주요 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과 재무 건전성 등 시스템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감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