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분해 재활용·e-라벨 실증 승인…LG·롯데·SK 순환경제 시장 주력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폐플라스틱의 고품질 재활용과 포장 폐기물 감량을 위한 ‘순환경제 규제특례(샌드박스)’ 과제를 대거 승인했다.

정부는 열분해 기반 화학적 재활용 확대와 생활화학제품의 전자표시(e-라벨) 도입 등을 통해 순환경제 전환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4월 30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순환경제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총 12건의 규제특례 과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폐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젝트. 이미지 출처: 롯데케미칼 홈페이지에서 캡처.

최대 4년 규제특례…사업화·법제화 연계 추진

이번 승인에는 폐합성수지 열분해 재활용, 고형연료제품(SRF)의 열분해 원료 활용, 열분해 잔재물 재활용, 생활화학제품 포장 폐기물 감량 등 기획형 과제 5건과 기업 개별 신청 과제 7건이 포함됐다.

'순환경제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서비스가 기존 규제로 인해 사업화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 근거해 2024년부터 운영 중이며, 일정 기간과 범위 내에서 규제를 유예해 실증사업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실증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면 관련 법령과 기준을 정비하는 구조다.

제도는 크게 신속처리, 규제특례, 임시허가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속처리는 기업이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했던 인허가와 규제 여부를 정부가 일괄 검토하는 절차이며, 규제특례는 최대 4년(2년+2년) 동안 제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 실증을 허용한다.

또 안전성 검증이 완료됐으나 법 개정이 지연되는 경우에는 임시허가를 통해 조기 사업화를 지원한다. 정부는 실증사업비 최대 1억2000만원, 책임보험료 최대 2000만원도 지원한다.

화학적 재활용 1% 수준…열분해 시장 키운다

이번 심의의 핵심은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확대다. 현재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열적 재활용이 58%를 차지하는 반면, 열분해 기반 화학적 재활용은 1%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기존의 소각·연료화 중심 처리 구조에서 벗어나 플라스틱을 다시 원료로 되돌리는 순환체계 구축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 과제인 '사업장 폐합성수지의 화학적 재활용 실증'은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 시설에 투입해 순환자원 인정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내용이다.

현행 제도는 이물질 함량이 5% 이하인 경우에만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데, 이는 물질재활용 중심 기준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실증 과정에서 PE·PP 함량, 염수·수분 수치, 생산물 성분 등을 검증해 화학적 재활용에 적합한 별도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포장 폐기물 줄인다…생활화학제품 표시체계 개편

'고형연료제품의 열분해 원료 사용 실증'도 주목된다. 현재 고형연료제품은 발전시설과 산업용 보일러 등 제한된 시설에서만 사용 가능하지만, 정부는 이를 열분해 시설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증을 허용했다. 열분해유 생산량과 성분 데이터를 확보해 향후 관련 규정 개정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대부분 매립 처리됐던 열분해 잔재물에 대해서도 재활용 가능성이 시험된다. 정부는 토양개량제, 고형연료 등 다양한 활용 방식을 검증해 폐기물 분류코드 신설과 재활용 유형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생활화학제품의 표시방식 개선도 포함됐다. 현재 세탁세제 등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은 23개 표시사항을 포장지에 직접 표기해야 한다. 정부는 필수 안전정보 10개 항목만 제품 겉면에 표시하고 나머지는 QR코드 기반 전자표시(e-라벨)로 제공하는 실증을 허용했다.

표시 변경 때마다 포장지를 폐기해야 했던 문제를 줄여 포장 폐기물 감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안전정보의 글자 크기를 확대해 가독성도 개선하기로 했다.

LG·롯데 등 국내 화학업계 경쟁 불붙는다

이밖에도 식물성 잔재물을 활용한 가죽·화장품 소재 제조, 이동형 의료폐기물 멸균·분쇄 시스템, 폐섬유·폐현수막 기반 업사이클 패널 제조, 가축분뇨 고체연료 활성화, 고온·고압 가수분해 폐기물 재활용 기술 등 다양한 순환경제 실증사업이 포함됐다.

이번 순환경제 규제 샌드박스는 국내 화학·환경산업의 구조 전환을 촉진하는 산업정책이라는 의미가 크다. 특히 열분해 기반 화학적 재활용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기존 폐기물 규제 체계와 석유화학 산업을 연결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탄소중립, EU의 순환경제 규제, 글로벌 ESG 공급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 경쟁력 전략의 성격도 강하다.

현재 순환경제 시장에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LG화학은 재활용 소재와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열분해 기반 재활용 원료와 단일소재 포장재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를 통해 폐플라스틱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과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연속 초음파 열분해 기술 기업 등 자원순환 스타트업 투자도 확대했다.

“재활용인가 또 다른 소각인가”…환경성 논란도

SK케미칼과 SK지오센트릭도 화학적 재활용과 재생 플라스틱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SK 계열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화학 공정에 다시 투입하는 '도시유전(Urban Oilfield)'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보완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열분해 재활용이 실제 탄소감축 효과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열분해유 품질 표준, 재생원료 인증체계, 화학적 재활용 제품의 시장가격 형성 등이 아직 불안정하다.

또한 재활용 원료의 안정적 수거·선별 체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대규모 상용화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환경단체들이 제기하는 "재활용 명분 아래 소각 의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김고응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플라스틱의 고품질 순환이용과 감량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며 "산업계와 함께 재활용 기술의 현장 적용성을 높여 사회 전반에 순환경제를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