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감축경로 법제화…2035년 53~61% 감축 목표 확정
203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경로가 법률에 담겼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면서도 2031~2049년 중간 감축 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던 기존 탄소중립기본법의 입법 공백이 해소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는 26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과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2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 개정은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현행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입법이다.
2035년 53~61% 감축목표 법제화
개정안의 핵심은 2030년 이후 5년 단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하한을 둔 ‘범위형 목표’로 법제화한 것이다.
2018년 대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기준으로 2035년 감축목표는 53~61%로 정했다. 2040년 목표는 69~80%, 2045년 목표는 84~90% 범위에서 각각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2040년 목표는 2031년 6월 30일까지, 2045년 목표는 2036년 6월 30일까지 확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까지의 감축 경로를 단계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특히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대한 한국의 기여 수준과 기후변화의 영향, 온실가스 배출 제한에 따른 부담 등을 고려하도록 원칙도 명시했다.
이번 법 개정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 개발과 산업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기술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상용화 등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기후과학위원회 신설…기후위기 적응정보 체계화
기후과학위원회도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산하 독립 자문기구로 설치된다. 기후과학위원회는 중장기 감축목표 설정과 감축 이행 진전 상황 등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의 개념도 법률에 담겼다. 국책은행과 금융회사가 녹색금융과 산업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을 촉진하도록 하고, 기후대응기금의 재원 조달을 위한 녹색국채 발행 근거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고 사회의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별도의 법률도 제정됐다.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은 기존 탄소중립기본법에 포함돼 있던 기후위기 적응 관련 규정을 분리해 체계화한 것이다.
법률에 따라 정부는 기후위기 적응정보를 수집·관리·공개·활용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분야별·지역별 기후영향과 취약성을 조사하고 기후위험을 평가해 공간정보로 시각화하는 체계도 마련된다.
감축과 적응 정책 연계...범위형 목표는 논란
이렇게 구축된 기후위험 공간정보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정부 등이 기후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책과 사업을 수립하는 데 활용된다. 국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은 각각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마련하고, 적응정책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기후위기정책협의회도 운영된다.
기후위기 취약계층과 반복적으로 기후피해가 발생하는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 근거도 마련됐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실태조사를 토대로 취약계층과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기후보험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후위기 적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된다.
이번 법 제·개정으로 한국의 기후정책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감축’과 이미 발생하고 있는 기후위험에 대응하는 ‘적응’을 법체계상 분리하면서도 연계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다만 2035년 이후 감축목표의 구체적인 수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산업계 부담과 국제적 감축 책임, 미래세대의 환경권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축목표를 ‘범위’로 설정한 데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개정안에서는 배출권거래제 등 주요 온실가스 감축 규제에 적용되는 기준을 범위의 하한으로 삼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상한보다 낮은 감축 수준이 기준으로 작동할 경우 감축 부담이 미래 세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