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재생에너지 인증 기준 강화…그린워싱 차단 나서
싱가포르 정부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둘러싼 그린워싱(Greenwashing)을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활용 기준을 강화했다.
해외에서 발급된 인증서를 구매했다는 사실만으로 자국 내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했다고 주장할 수 없도록 하고, 싱가포르 전력망에 실제로 공급되는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인증서만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실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했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실적과 실제 전력 공급 사이의 연관성을 강화해 환경성과 주장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REC 구매와 실제 전력 공급의 괴리 크다
싱가포르 에너지시장청(EMA)은 에너지·무역·산업부(METI), 싱가포르 기업청(Enterprise Singapore·EnterpriseSG) 등과 함께 재생에너지 인증서 실무 규정인 싱가포르 표준(SS) 673 개정판을 발표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REC 구매와 실제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을 구분하는 것이다. REC는 재생에너지원으로 1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해 전력망에 공급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인증서다.
기업들은 이를 구매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할 때 구매 전력에 따른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 2(Scope 2)의 시장기반 배출량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입증하는 데 활용한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이 해당 기업이나 국가에 실제로 공급되지 않더라도 인증서 구매만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해외 재생에너지 사업의 인증서를 구매한 뒤 자사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홍보할 경우, 인증서 구매와 실제 전력 공급 사이의 괴리가 그린워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력 공급 여부에 따라 REC 인정 범위 차등화
개정된 SS 673은 REC를 발급원과 전력 공급 관계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하고, 유형별로 인정 범위를 달리했다.
우선 싱가포르에서 생산돼 자국 전력망에 공급된 재생에너지 인증서다. 이어 해외에서 생산된 전력이라도 싱가포르 전력망과 물리적으로 연결된 송전망을 통해 계약상 전력을 공급하는 승인된 저탄소 전력 수입사업의 인증서다. 이 두 유형은 싱가포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뒷받침하는 스코프 2 시장기반 배출량 산정에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싱가포르에 전력을 공급하지 않는 해외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발급된 REC는 자국 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실적을 주장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
다만 해외 REC 구매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해당 인증서를 구매해 해외 재생에너지 개발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의 탈탄소화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싱가포르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했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실제 사용 실적 검증 강화
물리적 연계란 특정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어느 기업에 도달했는지를 개별적으로 추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력망에 공급된 전기는 여러 발전원에서 생산된 전력과 섞여 흐른다. 싱가포르가 요구하는 것은 해외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자국 전력망과 물리적으로 연결된 송전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그 공급 관계가 계약으로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개정이 REC의 의미와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주장할 때 인증서 구매 여부뿐 아니라 실제 전력 공급 관계까지 고려하도록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는 2021년 SS 673을 처음 도입해 REC 발급과 관리에 관한 측정·보고·검증(MRV) 체계를 마련했다.
REC 거래와 환경적 성과 주장에 적용할 모범 사례를 제시해 인증서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번 개정은 기존 관리 체계에 REC 유형별 활용 기준을 추가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주장에 대한 검증 수준을 한층 높인 것이다.
민관 협력으로 기준 개정…신뢰성 확대 과제
개정안은 싱가포르 표준위원회(SSC)가 구성하고 EnterpriseSG가 감독한 민관 합동 실무그룹이 마련했다. 정부기관과 산업협회, 재생에너지 시장 참여자, 기업 REC 사용자 등이 참여했으며, 최종 확정에 앞서 공개 의견수렴 절차도 거쳤다.
개정 사항 목록은 싱가포르 표준 온라인 상점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개정 내용을 반영한 2026년판 SS 673은 11월 중순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단순한 인증서 구매량이 아니라 실제 전력 공급 관계와 연결해 검증하려는 정책적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업의 ESG 공시와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사회적 검증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인증서 시장 역시 거래 규모 확대를 넘어 인증서가 뒷받침하는 환경적 성과의 실질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