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규제 대폭 강화…새 법안 도입
캐나다 정부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고위험 상품 수입업체에 대한 공급망 추적 의무를 확대하고, 관련 정보를 제출하지 않은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새로운 법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캐나다 정부는 12일 강제노동 생산품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새로운 입법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2020년 캐나다·미국·멕시코 협정(CUSMA) 이행을 위해 도입된 관세법상의 강제노동 수입 금지 조항을 대체하는 독립적인 법률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USTR은 캐나다를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금지 조치를 효과적으로 시행하지 못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며, 캐나다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미국 지적에 칼 빼들었다…공급망 추적 의무 대폭 강화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관련 법 시행 이후 6년 동안 강제노동 의심 선적물 50건을 적발하고 2건의 반입만 금지했다. 반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2024년 한 해에만 6000건 이상의 선적물 반입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USTR은 "캐나다가 강제노동 관련 수입 금지 조치를 효과적으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속 실적도 극히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을 근절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캐나다가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법안에 따르면 외교부 장관은 강제노동 생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 기업 또는 개인별 고위험 상품 목록을 지정할 수 있다. 또한 고위험 상품 수입업체는 규정에 따라 세관 당국에 보다 강화된 공급망 추적 및 검증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지정한 고위험 상품의 경우 필수 정보 제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간주해 수입을 금지하는 '간주 조항(deeming provision)'이 도입된다. 아울러 연방 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을 확대하고, 강제노동 생산품을 수입한 것으로 확인된 기업에 대해서는 조사·집행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비용 회수 제도도 마련된다.
캐나다 외교부 장관 아니타 아난드는 "이 법안은 국경에서 강제노동 생산품의 반입을 차단하고 공급망의 건전성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며 "인권과 공정하고 투명한 무역에 대한 캐나다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취약 노동자를 보호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강제노동 근절 노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 경쟁 환경 조성…국제사회와 보조 맞추는 캐나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법안이 기업들에 보다 명확한 기준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고위험 상품을 사전에 식별함으로써 수입업체들이 공급망 내 강제노동 위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실사(due diligence)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저가 상품이 시장에 유입돼 정상적인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문제를 방지하고, 캐나다 노동자와 기업을 불공정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 역시 구매하는 상품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공급망을 통해 생산됐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캐나다는 미국, 멕시코와 함께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을 법으로 금지한 국가에 속한다. 유럽연합(EU)도 관련 규제를 마련해 2027년 말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여러 국가가 유사한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는 이와 함께 공급망법(Supply Chains Act)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과 연방기관이 공급망 내 강제노동 및 아동노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취한 조치를 매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와의 협력, 무역협정 내 노동조항 강화, 해외 진출 기업의 책임경영 지원 등을 통해 강제노동 근절을 위한 국제 공조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