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탄소 폭탄’…중동 충돌, 단기간에 국가급 배출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군사 충돌이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전쟁이 기후위기 대응과 탈탄소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업·에너지·건설 활동이 동시에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현대전은 단기적인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넘어, 에너지 체계와 투자 구조까지 왜곡시키며 '구조적 역행'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동 전쟁으로 불과 2주 사이 약 500만~560만 톤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부 저배출 국가들의 연간 배출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배출의 주요 원인은 석유 저장시설과 에너지 인프라 폭격, 대규모 화재, 군용 항공기 및 장비 운용 등이다. 특히 석유시설 타격으로 인한 배출이 전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첫 14일 동안 미국은 항공기 4대를 잃었고, 이란은 항공기 28대, 해군 함정 21척, 미사일 발사대 약 300대를 잃었다. 이렇게 파괴된 군사 장비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172,000톤의 이산화탄소 환산량(tCO2e)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폭탄, 미사일, 드론을 광범위하게 사용한 것도 문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첫 14일 동안 이란 내부의 6,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폭격했고, 이란은 이에 맞서 약 1,000발의 미사일과 2,000대의 드론을 발사했다. 방어를 위해 약 1,900대의 요격기를 발사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무기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은 약 55,000톤의 이산화탄소 환산량(tCO2e)에 이른다.

분쟁 초기 2주 동안 총 5,055,016톤의 이산화탄소 환산량(tCO2e)이 배출되었는데, 이는 1년 동안 배출되는 131,430,416톤의 이산화탄소 환산량에 해당한다. 쿠웨이트와 같은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은 중소 규모 경제국의 연간 배출량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84개국의 배출량을 합친 것에 해당한다.

군대가 ‘숨겨진 배출원’…전 세계 5% 이상

전쟁이 아니더라도 군사 활동은 이미 주요 탄소 배출원이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군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전체의 약 5.5%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항공과 해운을 합친 것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다.

특히 미국 군대는 단일 기관 기준으로 세계 최대 수준의 탄소 배출 주체로 평가된다. 군용 항공기와 함정, 기갑 장비는 고탄소 연료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군사 배출의 상당 부분이 공식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분석에서는 실제 배출의 90% 이상이 보고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의 기후 영향은 종전 이후 더 커진다. 파괴된 도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시멘트·철강 등 고탄소 산업이 대규모로 동원되기 때문이다.

“재건 과정에서는 더 많이 탄소 배출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누적 배출량이 약 2억3000만 톤 CO₂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형 국가의 연간 배출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자지구 역시 재건까지 포함하면 수천만 톤의 추가 배출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전쟁이 장기간 전개되면 각국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며 장기적으로 탈탄소 정책을 약화시킨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군사비가 1000억 달러 증가할 경우 약 3200만 톤의 추가 탄소 배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최근 군비 확대 과정에서 수천만 톤 규모의 추가 배출을 발생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투자 구조의 변화다. 군사비 지출이 늘어나면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연구에서는 군사화가 심화될수록 친환경 기술 투자가 최대 25%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국제사회가 설정한 기후 목표 달성은 어려워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군비 확대와 전쟁이 반복될 경우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목표는 사실상 달성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군사적 긴장구조는 에너지 체계까지 흔든다

전쟁은 에너지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각국은 단기적으로 석유와 가스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는 탈탄소 정책의 후퇴로 이어진다.

국제 협력 역시 약화된다. 기후 대응은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협력 기반은 붕괴된다. 즉, 전쟁은 탈탄소 전환 자체를 뒤흔드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탄소 배출을 유발하고, 중기적으로는 재건 과정에서 배출을 확대하며, 장기적으로는 군비 증가와 정책 변화로 탈탄소 흐름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쟁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가장 강력한 역행 요인 중 하나”라며 “안보와 기후 정책을 분리해 접근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