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속가능경영 종합시책’ 발표...중소기업 참여 관건

정부가 향후 5년간 기업의 지속가능경영(ESG)을 산업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는 중장기 로드맵을 내놨다. 단순 규제 대응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경쟁력 전략’으로 ESG를 재정의한 것이 특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지속가능경영 종합시책(’26~’30)’을 통해 2030년까지 ESG 도입 기업 5,000개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시책은 ESG를 기업의 선택적 활동이 아닌 ‘필수 경영요소’로 규정한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주요 글로벌 ESG 규범(EU 중심). 출처: 2025 ESG법제(한국법제연구원, 2025.10) 참고. 이미지 출처: 보도자료에서 캡처.

중소·중견기업 ‘취약 고리’…정책 초점 이동

기후위기, 인권·노동 이슈, 글로벌 공시 기준 확산 등 복합적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 경영 패러다임이 ‘이윤 중심’에서 ‘지속가능 가치 창출’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EU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실사(CSDDD)와 공시(CSRD) 제도 도입은 국내 기업에도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도 ESG 영향력은 확대되는 추세다. 2024년 기준 지속가능 투자 규모는 약 16조 달러에 달하며, ESG 채권 시장 역시 5조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정부는 그간 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작동해온 점을 인정하며, 이번 시책의 핵심을 중소·중견기업 지원으로 설정했다.

현황을 보면 대기업은 공급망 ESG 관리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대응 역량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실질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SG 경영 도입률은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컨설팅·교육·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격차가 존재한다.

맞춤형 컨설팅·자격제 도입…ESG 산업화 추진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 ‘공급망 실사 대응 중심’ 정책에서 ‘기업 수요 맞춤형 체계’로 전환한다.

정책의 핵심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모듈형 ESG 컨설팅 체계 도입이다. 기업을 ‘초기–발전–선도’ 단계로 분류하고, 기초체력 확보·현안 해결·성과 인증 등 맞춤형 트랙을 선택하도록 설계한다.

둘째, 국가 공인 ESG 컨설턴트 자격제 신설이다. 2027년까지 수석·전문·실무 3단계 자격 체계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1,000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난립한 민간 자격증 구조를 정비하고 컨설팅 품질을 표준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셋째, K-ESG 상생 벤더 생태계 구축이다. 사회적기업·소셜벤처 등 ESG 특화 기업을 대기업 공급망에 연결해 환경·사회 지표를 동시에 개선하는 구조를 만든다.

‘플랫폼+AI’ ESG 인프라...K-ESG 지수·인증제 도입

디지털 인프라 고도화도 주요 축이다. 정부는 K-ESG 플랫폼을 고도화해 공급망 데이터 공유(Data Space)를 구축하고, 기업 간 중복 데이터 제출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또한 AI 기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자동 작성 기능을 도입해 기업의 비용 부담(기존 약 3,000만원 수준)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구상이다.

정량 평가 체계도 본격 도입된다. 정부는 한국형 ESG 지수(K-ESG Index)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1~9등급 인증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등급에 따라 조달, 금융, 수출 지원 등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이는 ESG를 ‘비용’이 아닌 ‘보상 구조’로 전환하려는 정책 설계로 평가된다.

국제 대응 전략도 병행된다. ISO 등 글로벌 표준기구 참여 확대, 주요국 ESG 규제 모니터링, K-ESG 가이드라인의 국제 정합성 강화 등을 통해 한국형 ESG 프레임워크의 글로벌 확산을 추진한다.

지속가능경영 맞춤형 컨설팅 체계. 이미지 출처: 보도자료에서 캡처
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 규범 대응…표준 선점 전략

특히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무역 장벽화되는 ESG 규제에 대한 대응 역량 확보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번 종합시책은 기존 ESG 정책이 갖던 ‘확산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산업 경쟁력과 직접 연결된 구조로 재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성공 여부는 ▲중소기업의 실제 참여 유인 ▲컨설팅 품질 관리 ▲글로벌 규범 변화 대응 속도 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속가능경영을 규제가 아닌 성장 기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비용 부담과 실행 역량 문제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