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5년까지 1,000조원 투입해 녹색대전환 추진…산업 탈탄소·재생에너지 확대

정부가 2035년까지 재정과 정책금융 등 1,000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해 산업 탈탄소화와 재생에너지 확대,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 등을 추진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대규모 재원 투입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민간투자 유인과 구체적인 사업 이행계획, 온실가스 감축 성과에 대한 검증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일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재정경제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경제단체, 산업계가 참여한 민관합동 추진단의 논의를 토대로 마련한 전략이다.

K-GX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녹색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한 ‘신성장동력 K-GX’, 지역과 국민이 함께하는 ‘모두의 K-GX’, 정부 지원과 정책적 예측 가능성을 통해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지속가능한 K-GX’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K-GX 전략' 추진방향. 이미지 출처: 보도자료에서 캡처.

10년간 재정 200조원·기후금융 790조원 이상 투입

정부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재정 200조원과 기후금융 790조원 이상을 포함해 총 1,00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후대응기금을 확대하고 2027년 상반기까지 녹색 국채 발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세부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후금융은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5대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조성한다. 정부는 이 가운데 50%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배분해 지역 기반 녹색산업과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을 대상으로 전환금융을 가동하고, 녹색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인허가 절차 개선도 추진한다.

정부의 재원 투입 계획은 산업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민간투자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발표된 1,000조원은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 등을 포괄하는 규모인 만큼, 직접적인 재정지출과 금융지원의 성격 및 민간투자 유발 효과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정유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5대 업종의 생산공정을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한다.

철강·석유화학 등 5대 다배출 업종 탈탄소화

철강 산업은 2030년까지 30만톤급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수소환원제철의 세계 최초 양산을 목표로 관련 기술과 생산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수소 생산기지 구축을 지원하고 기업 투자를 전제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방안도 마련한다.

석유화학·정유 분야에서는 전기 나프타분해시설(NCC) 기술 개발과 친환경 연료 사용 확대를 추진한다. 시멘트 산업은 다성분계 혼합시멘트 등 저탄소 기술을 개발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공정가스로 대체하는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소형모듈원자로(SMR), 전력기기, 전력반도체, 히트펌프,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을 10대 핵심 녹색산업으로 선정했다. 연구개발부터 실증과 상용화, 국내 생산 기반 확충까지 지원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배터리 실증·상용화와 희토류 사용을 줄인 전기차 구동모터 개발, 태양광 핵심 기자재의 국내 공급망 강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차세대 태양전지는 2028년 세계 최초 상용화 및 양산을 목표로 한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에는 성장 단계별 연구개발과 실증 지원을 제공하고, 유망 기업에 최대 100억원 규모의 패키지 지원을 추진한다.

재생에너지 100GW·2035년 무공해차 70% 목표

에너지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부지를 확대하고 발전 단가를 낮추는 한편, 대용량 송전선로 확충과 직류 송배전 산업 육성 등을 통해 전력망을 보강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발전설비 확충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전력망 구축과 계통 접속, 전력 수요 관리가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된 전력을 산업 현장과 수요처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수송 부문에서는 2035년까지 신규 차량 판매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의 비중을 7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친환경차 보조금 체계를 개편하고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동시에 철도와 버스, 이륜차, 건설장비, 항만·선박 등으로 전동화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다만 차량 전동화의 속도는 충전 인프라와 전력 공급 여건, 차량 가격, 소비자 수요 등에 영향을 받는 만큼 정책 지원과 시장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GX는 산업과 에너지뿐 아니라 지역과 주거 공간의 전환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정부는 지역별 산업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녹색전환 거점을 육성하고, 전남 나주를 에너지 특화도시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를 중심으로 기술개발과 투자, 창업이 연계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전환·주거 부문까지 지원 확대

제주에서는 2035년까지 도내 신규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고, 히트펌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전망, 가상발전소(VPP) 등을 활용한 탈탄소 사업을 실증한다. 도심형 태양광과 분산형 전원 확대, 공공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의무화, 난방 체계의 히트펌프 전환 등도 추진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도 포함됐다. 노후 산업단지와 조선·물류업 등 기후위험에 취약한 업종을 대상으로 위험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기후재난 예방을 위한 설비 개선에 금융·재정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노동자를 위해 직업훈련과 장려금 등을 지원하는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도 연내 추진한다.

정부는 국가 정책과 기업의 실제 사업을 연결하기 위해 10대 K-GX 시그니처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청정에너지 공급망 자립, 주력산업 탈탄소화, 이동수단 전동화, 주거 공간의 녹색전환 등 네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한화큐셀·포스코·삼성전자·LG전자 등 기업 참여

국민보고회에서는 한화큐셀이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 기술 국산화, 포스코홀딩스가 철강산업 탈탄소 생태계 구축,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주거 공간의 녹색전환 관련 프로젝트를 각각 발표했다.

정부는 태양광·풍력·이차전지 핵심 부품과 장비에 대한 국내 생산 세액공제 도입을 추진하고, SMR의 국가전략기술 지정도 검토한다. 순환자원경제법 개정을 통한 규제특례구역 신설과 녹색전환 핵심 기술 보유기업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도 추진 과제다.

K-GX는 산업 경쟁력과 기후위기 대응을 결합해 한국 경제의 생산구조를 저탄소 체계로 전환하려는 정책 구상이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의 탈탄소화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에서 산업정책과 에너지정책의 연계가 중요하다.

향후 정책의 성패는 발표된 투자 규모 자체보다 실제 집행 속도와 민간투자 유발 효과, 기술의 상용화 여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성과에 달려 있다. 정부가 제시한 장기 목표를 구체적인 사업과 측정 가능한 성과로 연결하고, 재정·금융 지원의 투명성과 효과성을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