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구매 도시' 스톡홀름, 서울이 배울 점은?

스톡홀름시가 스웨덴 에너지 기업 스톡홀름 엑서지(Stockholm Exergi)와 75만 톤 규모의 영구 탄소 제거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스톡홀름시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영구 탄소 제거량 구매 도시가 됐다.

편집자 주: 스톡홀름은 현재 알려진 자료상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 정부(municipal government) 탄소 제거 구매자이며, 전체 시장에서도 상위 5위권 구매자에 해당한다. 공개된 영구 탄소 제거 계약량의 약 78.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글로벌 1위 구매자로 평가된다. 

이번 계약에 따라 스톡홀름시는 스톡홀름 엑서지의 바르탄(Värtan) 바이오 열병합 발전소에서 진행되는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저장(BECCS) 프로젝트를 통해 15년간 매년 5만 톤의 탄소 제거량을 구매하게 된다.

스톡홀름 엑서지는 스톡홀름시와 유럽 주요 연기금 컨소시엄인 앙키알레(Ankyalea)가 공동 소유한 에너지 회사다. 현재 연간 8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할 수 있는 BECCS 시설 건설에 착수했으며, 2028년경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바이오 열병합 발전소. 이미지는 AI가 제작.

도시가 직접 구매하는 탄소중립

해당 시설은 임업·제재소·펄프·제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바이오에너지 열병합 발전소와 탄소 포집·저장 공정을 결합한 구조다.

발전소 배기가스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냉각·압축을 거쳐 액체 상태로 만들어진 뒤, 북해 해저 퇴적암층에 영구 저장된다.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암층 내에서 광물화된다.

이번 계약은 스톡홀름 엑서지가 지난 2025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체결한 500만 톤 이상의 탄소 제거 계약에 이은 것이다. 당시 양사는 이를 현재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 제거 계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톡홀름시는 탄소 제거 시설에 대한 투자가 화석 연료 배출 감축 노력을 보완하는 동시에, 건설 자재나 하수 처리처럼 줄이기 어렵거나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분야의 배출량을 상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배출 감축을 넘어 탄소 제거로 진화

카린 반고르드(Karin Wanngård) 스톡홀름 시장은 "스톡홀름시는 2030년까지 지역적으로 기후 긍정적 상태를 달성하고, 2040년까지 화석 연료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는 도시가 될 것"이라며 "이번 구매는 녹색 전환을 가속화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보내는 의미 있는 신호"라고 말했다.

안데르스 에겔루드(Anders Egelrud) 스톡홀름 엑서지 CEO는 "스톡홀름시는 오랫동안 기후 변화 대응의 선두에 서 왔다"며 "강력한 배출량 감축과 영구적인 탄소 네거티브 배출권 구매를 결합함으로써, 지자체와 기업 등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톡홀름시는 환경 프로그램과 기후 행동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시 경계 내 온실가스 제거량이 배출량을 초과하는 '기후 긍정적' 도시, 2040년까지 화석 연료 없는 도시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스톡홀름시의 결정은 기후를 예산과 계약으로 연결한 것으로 서울 등 국내 주요도시에서도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스톡홀름은 민간 기술 시장을 키우는 '앵커 바이어(anchor buyer) 역할을 자처했다.

서울시도 '잔여 배출' 문제에 집중할 때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의 기후 공약은 대체로 녹지 확대, 탄소중립, 대중교통 활성화,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의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스톡홀름 사례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단순히 '탄소중립'을 넘어 '기후플러스(climate positive) 도시'를 목표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제거되는 온실가스가 배출량을 초과하도록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 운행 제한이나 건물 에너지 규제 같은 전통적인 정책 수단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간 수십조 원 규모의 조달과 발주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가 거대한 경제주체로서 구매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스톡홀름이 탄소 제거 시장의 '앵커 바이어(anchor buyer)'를 자처했듯이, 서울시 역시 탄소저감 시멘트, 저탄소 철강, 탄소포집 콘크리트, 친환경 건설자재 등을 우선 구매함으로써 시장과 산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녹색 구매 도시' 전략이다.

환경정책에서 산업정책으로 나아가야

특히 주목할 점은 스톡홀름이 건설자재와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을 제거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이다.

서울 역시 앞으로는 이른바 '잔여 배출(residual emissions)'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시멘트 생산, 폐기물 처리, 하수처리, 물류 부문은 기술적·경제적 이유로 완전한 감축이 쉽지 않은 영역이다. 미래의 기후정책은 이러한 잔여 배출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후정책은 환경정책의 범주를 넘어 산업정책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산업, 탄소 제거 스타트업,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 순환경제 플랫폼 등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제조업 중심 도시가 아닌 서울의 특성을 고려하면, 기후 대응은 규제보다 기술과 투자, 시장 창출 전략에 가까워야 한다.

기후는 더 이상 '착한 정책'이 아니다. 스톡홀름은 기후를 도시 경쟁력의 문제로, 산업 육성의 문제로, 재정 투자의 문제로, 미래 시장 선점의 문제로 접근했다. 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위한 투자 전략으로 본 것이다. 기후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바라보는 순간, 도시의 미래도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데 착안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