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보급 대비…정부,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 추진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전력망 구조를 대대적으로 전환하는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에 나선다. 기존의 대규모 발전소 중심 송전 체계를 지역 기반 분산형 전력 시스템으로 전환해 전력망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재의 전력망 구조는 ‘대규모 발전 → 장거리 송전 → 배전’으로 이어지는 일방향 체계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확대되면서 전력 흐름이 양방향으로 바뀌고 있어 기존 체계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가 2월에 발표한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추진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설비가 집중된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망 부족으로 신규 발전 설비의 접속이 제한되고 출력 제어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정부는 향후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이러한 출력 제한이 ‘일상화(new normal)’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산지소 기반 지역 전력체계 구축
실제로 태양광 설비의 약 75%가 배전망에 연결돼 있어 기존 배전망이 단순한 전력 전달 기능을 넘어 재생에너지 수용과 운영을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로 바뀌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송전망 건설 역시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지역 단위에서 전력을 생산·저장·소비하는 분산형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역 단위 ‘지산지소(地産地消)’ 전력 체계를 중심으로 전력망을 개편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배전망에 유연성 자원을 확대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흡수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에너지저장장치와 수요관리 자원을 활용해 전력 수급의 유연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기술을 도입해 분산된 전력 자원을 통합 관리한다. 이를 통해 지역 단위 전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계통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제도, 시장 동시 개편이 관건될듯
또한 전력시장과 제도 개편을 병행해 분산형 전력 구조에 맞는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 지역 단위 전력 거래와 운영 체계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향후 배전망 중심의 지능형 전력망 구축을 통해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을 높이고 계통 운영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기존처럼 국가 단위 송전망에서만 계통을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에서도 전력 흐름을 관리하는 다층적 운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전력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병목 문제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분산형 전력망 구축에는 기술·제도·시장 구조의 동시 개편이 필요해 실제 실행 과정이 정책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세부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차세대 분산 전력망 체계를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서둘러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