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서 홈그로운 에너지로”… 정부, 재생에너지 대전환 로드맵 공개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을 담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처음으로 수립·발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를 보급하고, 203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올해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마련된 첫 법정 기본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목표를 잡았다. 이는 2025년 9.8%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미지 출처: 기후에너지환경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보고서에서 캡처

정부, 2030년까지 태양광 44.2GW 추가 보급 추진

정부는 이번 계획을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의 후속 조치로 규정하며, 중동전쟁 이후 심화된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응해 기존 화석연료 중심 전략을 ‘국내 생산형 에너지(home-grown energy)’ 확대 전략으로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편집자 주: 홈그로운 에너지(Homegrown Energy)는 외부의 중앙 집중식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공급받는 대신, 가정이나 지역 사회와 같은 소비 지점 인근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번 계획의 비전을 ‘지역이 누리고 산업을 살리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안보 및 에너지 대전환 실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신속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재생에너지 비용 저감 △산업경쟁력 강화 △소득 공유 및 국민 체감 확산 △거버넌스 확대 및 지방정부 역할 강화 등 5대 과제와 10대 전략을 추진한다.

우선 정부는 수도권·충청권·강원권 등 계통 여유 지역을 중심으로 GW급 초대형 태양광 플래그십 단지를 조성한다. 시화·화옹지구, 평택항, 태안·서산 간척지, 청풍호, 경기·강원 북부 접경지역 등을 활용해 10개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총 12GW)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한국전력, 에너지공단, 발전사 등이 참여하는 ‘초대형 계획입지 발굴 추진단’을 구성해 인허가와 계통 접속 등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태양광 보급은 공장지붕과 산업단지, 영농형·수상형 시설, 도로·철도·농수로 등 유휴부지를 중심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44.2GW 규모의 태양광을 추가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축 공장 등에 태양광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영농형 태양광 제도화와 함께 농지 일시사용 허가 기간도 기존 8년에서 23년으로 연장한다. 학교·전통시장·공공주차장 등 생활밀착형 공간에도 태양광 보급을 확대한다.

제주 가파도 모델 전국화… ‘에너지 자립마을’ 실증 추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ESS(에너지저장장치) 확대 정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배전망 ESS 설치와 분산형 전력망 전환을 통해 지역 내 생산·저장·소비를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ESS·히트펌프·전기차를 결합한 ‘에너지제로 주택’과 ‘에너지 자립마을’ 실증 사업도 추진한다. 정부는 제주 가파도 사례 등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 자원으로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모델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용 절감 목표도 제시했다. 2035년까지 전력 계약단가를 태양광은 kWh당 80원 이하, 육상풍력은 120원 이하, 해상풍력은 150원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행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장기 고정가격 계약시장제도로 개편하고, 계획입지 확대와 장기 입찰 로드맵 도입 등을 추진한다. 또한 ‘민관 비용평가위원회’를 신설해 적정 입찰 상한가와 비용 구조를 분석하고, 태양광 기자재 공동구매와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구축 등을 통해 원가 절감에 나설 방침이다.

산업 육성 전략도 포함됐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제2의 반도체·조선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2030년까지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연간 10GW 이상, 풍력 터빈 생산능력을 연간 3GW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차세대 태양전지와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초대형 해상풍력 터빈, 부유식 해상풍력 테스트베드 구축 등 미래 기술 투자도 강화한다.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국무총리와 민간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해상풍력발전위원회’를 신설하고, 인허가 기간 단축과 계획입지 제도화를 본격 추진한다. 정부는 해상풍력 지원부두를 권역별로 확충해 2030년 이후 연간 4GW 이상의 기자재 공급 능력을 확보하고, 15MW급 이상 대형 풍력설치선(WTIV)도 2030년 이전까지 2척 이상 조기 확보할 계획이다.

LFP·비리튬계·열저장까지… ESS 국가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

정부는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모델 확산도 강조했다. 햇빛·바람·계통소득 등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고, 자가설비 인증서(REGO)를 도입해 자가용 태양광 설비에도 추가 수익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200만 가구 규모의 베란다 태양광 보급 사업도 추진된다. 지방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성과를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하는 인센티브 체계도 마련한다.

이날 기후부는 ESS 산업 육성을 위한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 기술개발 혁신 간담회’도 개최했다. 정부는 리튬인산철(LFP) 기반 단주기 저장장치와 비(非)리튬계 장주기 ESS, 열·기계식 저장 기술 등을 포함한 국가 전략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2030년 전 세계 ESS 설치 용량이 748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기후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은 20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 2026)’을 개최한다. 올해 전시회에는 26개국 316개 기업이 참가하며,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과 AI 기반 수질·대기 예측 플랫폼 등을 선보이는 ‘기후테크·AI 특별관’도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