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맥킨지·텐센트, 인도네시아 산림복원에 63만5000톤 탄소제거 선구매…자연기반 탄소시장 확대
구글과 맥킨지, 텐센트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의 황폐화된 토지를 복원하는 자연기반 탄소제거 프로젝트에서 향후 10년간 63만5000톤 이상의 탄소제거량(CDR)을 선구매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은 구글의 역대 최대 규모 자연기반 탄소제거 구매 약정이며, 텐센트로서는 중국 외 지역에서 체결한 첫 자연기반 탄소구매 계약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자연기반 탄소솔루션 개발기업 Thryve.Earth(스라이브어스)는 최근 자연기반 탄소제거 구매자 연합인 심비오시스 연합(Symbiosis Coalition) 회원사인 구글과 맥킨지, 그리고 텐센트와 장기 탄소배출권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 따르면 구글과 맥킨지는 심비오시스 연합을 통해 향후 10년간 33만5000톤 이상의 탄소제거량을 구매하며, 텐센트는 별도로 30만톤을 구매한다. 총 구매 규모는 63만5000톤 이상이다.
술라웨시 황폐지 6000헥타르 복원
이번 계약은 심비오시스 연합의 세 번째 프로젝트이자 산림농업(Agroforestry) 분야에서는 첫 번째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에서 약 6000헥타르 규모의 황폐화된 토지를 복원하는 사업이다. 술라웨시는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과 탄소 저장능력이 뛰어난 지역이지만 이동식 화전농업, 토양 침식, 외래종 침입 등의 영향으로 열대우림이 크게 훼손된 상태다.
스라이브어스는 이 지역에 다층 구조의 혼농임업(Agroforestry) 시스템을 도입한다. 상층에는 설탕야자와 목재수종을 심고, 중간층에는 파파야·아보카도·커피·바나나 등을 재배하며, 지면에는 고추와 옥수수 같은 단기 작물을 함께 심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는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동시에 토양 비옥도를 높이고 산불 위험을 줄이며 생물다양성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수확 시기가 다른 여러 작물을 함께 재배함으로써 지역 농민들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고추와 옥수수는 약 6개월 내 수확이 가능하고, 바나나와 파파야는 12~18개월, 설탕야자와 두리안 등은 장기적인 소득원이 된다. 프로젝트는 탄소배출권 판매뿐 아니라 농업 생산을 결합해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모델을 지향한다.
탄소금융으로 초기 투자비 해결
회사 측은 혼농임업 모델이 이미 술라웨시 템보안과 동칼리만탄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검증됐지만, 초기 조림 비용이 커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기존 외래종 초지를 제거하고 묘목을 식재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하다. 이번 장기 구매 계약은 탄소배출권 가격과 물량을 미리 확보함으로써 프로젝트 확대를 위한 금융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의 지역 NGO인 마사랑재단(Yayasan Masarang)이 수십 년간 축적한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추진된다. 열대생태학자인 윌리 스미츠 박사가 이끄는 마사랑재단은 술라웨시에서 황폐지를 복원하면서 지역 주민의 지속가능한 생계를 함께 구축하는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스라이브어스는 프로젝트가 탄소 제거뿐 아니라 다양한 환경·사회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양 건강 개선과 생물다양성 회복, 산불 위험 감소는 물론 식재, 묘목 관리, 초기 유지관리, 외래종 제거 등의 작업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탄소감축 넘어 지역경제와 생물다양성 회복
공동창립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론 스타인헤르츠는 "황폐화된 초원을 생산적인 숲으로 되돌리는 일은 무엇보다 운영의 문제"라며 "고품질 묘목과 엄격한 현장 관리, 모든 헥타르에 대한 검증 가능한 모니터링을 결합해 탄소 제거와 지역사회 혜택이 실질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지속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비나이 쿨카르니는 "수십 년 동안 생태계 복원 경험을 축적한 현지 파트너들과 협력해 술라웨시에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엄격한 프로젝트 관리와 이해관계자 중심 접근을 통해 지속가능한 자연복원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심비오시스 연합은 이번 프로젝트가 지역사회와 생태계의 성과를 동시에 달성하는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줄리아 스트롱 심비오시스 연합 사무총장은 "스라이브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와 생태적 성과가 단순한 부수효과가 아니라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요소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오 쉬 텐센트 지속가능사회가치 부문 부사장은 "술라웨시 프로젝트는 높은 수준의 신뢰성을 갖춘 자연기반 기후해법"이라며 "탄소 제거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복원과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함께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남아 최대 25만헥타르까지 확장 가능
스라이브어스는 현재 인도네시아와 인도에서 총 4개의 자연기반 탄소복원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혼농임업 모델이 설탕야자, 마호가니, 두리안 등 고부가가치 수종을 활용하는 만큼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아 전역 최대 25만헥타르 규모의 황폐화된 토지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든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관련 법규와 국제 탄소시장 기준을 준수해 개발되며, 실시간 모니터링과 검증 시스템을 통해 탄소 제거 성과를 관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자연기반 탄소제거 시장에서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장기 구매를 통해 프로젝트 초기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투자 모델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업들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순히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 구매계약(오프테이크)을 통해 고품질 자연기반 탄소제거 프로젝트를 직접 육성하는 전략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특히 공급망의 탄소감축과 생물다양성 보전, 지역사회 상생을 동시에 실현하는 프로젝트가 글로벌 ESG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