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홍수 한국도 일어난다...워터 리스크 관리해야"

"기후변화로 인한 초유례적 홍수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구촌 곳곳이 기상·기후변화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기존의 통계적 추론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극단적 홍수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최근 발간한 정책 브리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극단적 홍수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와 대책은?'에서 수도권에 500년~1,000년 빈도의 극단적 홍수가 발생할 경우 경제적 피해가 최대 5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1916년 이후 전체 홍수 및 재해 피해 금액. 자료 출처: 행정안전부(2025)
KEI

기존 방재시설로는 한계… 일본식 ‘최대급 홍수’ 대응체계 필요

'H12 도시침수 모형'을 활용해 서울·경기·인천 지역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의 40% 이상, 인천의 절반 가까운 지역이 침수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침수 면적은 서울 27~30%, 인천 33~35%로, 행정기관과 통신·전력시설이 마비될 경우 초기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건물·차량·농경지 등의 직접 피해만 반영했을 때도 총 피해액은 최소 46조 원에서 최대 57.8조 원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는 GDP의 2.4%에 해당하는 규모로, 1998년 태풍 ‘루사’ 이후 최대 피해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례를 감안하면 재난은 자연현상보다 ‘인재(人災)’로 확대될 수 있어 국가재난대응계획의 현장 실행력 강화가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대피체계 미비와 안이한 인식도 문제다. 수도권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주변 침수 위험 지역을 모른다’는 응답이 68%, ‘대피소 위치를 모른다’는 응답은 81%에 달했다.

대피 골든타임·대피소 확보 등 국가재난대응계획 현장성 강화할 때

예를 들면 서울시의 임시주거시설 수용 가능 인원은 약 73만 명으로, 대규모 침수 시 전체 이재민 200만 명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KEI는 "현행 국내 홍수대응 체계가 과거 설계 기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화장실·식량·전력 등 최소한의 생존 인프라를 갖춘 대피공간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상정 최대 외력(想定最大外力)’(1,000~6만 년 주기 홍수) 개념처럼 최대급 홍수를 반영한 재난대응체계 구축이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자원조사법’ 및 ‘자연재해대책법’의 개정, ▲침수지속시간을 포함한 정밀 홍수지도(해저드맵) 작성, ▲핵심시설 업무연속성계획(BCP) 의무화, ▲정교한 예·경보 시스템 확충 등이 워터 리스크(물로 인한 사회경제적 잠재적 위협) 정책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불확실성은 기존 통계와 경험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예측 기반 재난대응체계에서 기상 정보의 실시간 공유는 물론이고 대규모 모의훈련 정례화 등 시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야 할 것이다.

"100~200년 아니라 1,000~6만 년 주기 대홍수 가정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하천・도시침수・내수(내부배수) 등 수재해 위험관리에서, 단순히 과거의 관측 최대치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과거 관측범위 및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상정 가능한 최대 규모의 외력(비(雨), 홍수량, 내수 유입 등)”을 설정하여 모형 및 대책을 세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때 외력(外力)이란 ‘홍수를 일으키는 요인’ 즉 강우량, 유역유출, 내수 유입량, 제방 붕괴 유출 등 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자연·인공 요인의 크기를 말한다.

'상정'이라는 용어가 붙는 까닭은 과거에 관측된 값보다 더 크거나 특이한 형태의 외력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고려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 강도가 과거보다 증가할 수 있고, 내수 조건이나 도시화 등이 변화했을 가능성도 반영된다.

이 개념은 “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수준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방재(防災) 원칙과 연결되어 있으며, 단순히 통계적 재현기간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 규모까지도 고려하는 구조다.

한국도 하천 관리나 도시침수 대책에서 표준 설계홍수나 100년·200년 빈도홍수만을 기준으로 하면 예기치 못한 대형사고에 점점 취약해진다. 통계적 재현기간만 보는 것보다는 최대외력 대비 시나리오를 추가로 설정하는 것이 극단적 홍수에 대처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H12 모형 예시
AI 제작
편집자 주: 'H12 모형'은 도시침수(내수침수) 분석을 위해 개발된 1차원(관거 등 배수관로) + 2차원(지표면 흐름) 통합 해석 모형이다(이미지 참조). 고해상도 지형·지표 자료 확보와 컴퓨터 자원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