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40년까지 온실가스 90% 감축 합의…국제 탄소시장 활용 확대·ETS2 1년 연기
유럽연합(EU)이 1990년 대비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줄이는 새로운 법적 목표에 잠정 합의했다.
유럽 의회와 이사회는 10일 EU 기후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목표를 반영하기로 하고, 국제 탄소배출권 활용 확대와 배출권거래제(ETS) 적용 시기 조정 등 세부 타협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2050년까지 기후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을 규정한 기존 EU 기후법을 보완하는 성격이다. 이번 잠정 합의는 향후 유럽 의회와 유럽 이사회의 공식 표결과 채택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EU 집행위원회는 “현재의 경제·지정학적 현실을 반영한 실용적이고 유연한 2040년 이행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집행위에 따르면 EU는 2023년 말 기준 이미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37% 줄여 2030년 목표에 상당 부분 근접한 상태다.
국제 크레딧·탄소제거 허용 범위 넓혔다
가장 큰 변화는 탄소시장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집행위는 당초 파리협정 6조에 따른 국제 탄소배출권을 2036년 이후 최대 3%까지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하도록 제안했으나, 최종 잠정 합의안에서는 이 비율을 최대 5%까지 확대했다.
동시에 2040년까지 EU 역내 실질 배출량을 85% 감축하도록 의무화해 ‘국내 감축 85% + 국제 크레딧 최대 5%’라는 구조를 명시했다.
또한 EU 배출권거래제(EU ETS)를 통해 국내에서 발생한 영구적 탄소 제거량을 활용, 감축이 어려운 잔여 배출을 상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더불어 국제 배출권 시장의 투명한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2030~2035년 시범 운영 단계 도입도 선택지로 포함했다.
정치적 논쟁 끝에 유연성 장치도 대폭 강화됐다. 폴란드·체코·헝가리 등 일부 회원국과 우파 성향 유럽의회 의원들은 “2040년 90% 감축은 EU의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가계 부담·경쟁력 감안한 타협...2년마다 목표·수단 재점검
이에 따라 회원국이 특정 부문에서 감축이 부족할 경우 다른 부문의 초과 감축분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부문 간 유연성’이 확대됐다.
집행위는 2년마다 2040년 목표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검토 절차도 도입한다. 이 과정에서 최신 과학 데이터, 기술 발전, 에너지 가격, 순 제거량 수준, EU의 국제 경쟁력 등을 함께 고려해 필요할 경우 기후법 추가 개정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2040년 목표와 이행 수단을 정기적으로 재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법에 내장한 셈이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COP30 개최 한 달 만에, 우리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감축한다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말뿐인 약속이 아닌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겼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탄소 가격 체계의 확대 시점도 조정됐다. 도로 교통용 연료와 건물 난방 연료에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개정 배출권거래제(ETS2)는 당초 2027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이번 합의로 1년 늦춰진 2028년에 도입된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 가계 부담 등을 감안해 시행 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