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S’ 흔드는 소송…"뉴욕타임스가 백인 남성을 승진에서 차별했다"

미국 연방기관인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가 뉴욕 타임스를 상대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과 관련한 고용 차별 소송을 제기하면서, ESG 경영과 기업의 다양성 전략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EEOC는 최근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뉴욕타임스가 부동산 부편집장 채용 과정에서 백인 남성 직원을 승진 대상에서 배제하고, 인종 및 성별 대표성 목표를 우선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EEOC는 해당 신문사가 “불법적인 고용 관행”에 가담했으며, 1964년 민권법 제7조(Title VII)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문제의 직원은 2014년부터 뉴욕타임스에서 근무해온 백인 남성 편집자로, 2025년 초 부동산 부편집장 자리에 지원했다. 그러나 최종 면접 단계에 오르지 못했고, 최종 후보군은 백인 여성을 포함해 흑인 남성, 아시아계 여성, 혼혈 여성 등으로 구성됐다고 EEOC는 설명했다. EEOC는 “최종 면접에 오른 지원자들이 모두 백인 남성이 아니었다”며, 뉴욕타임스의 다양성 목표가 실제 인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 타임스퀘어 본사에는 1851년 9월 18일 창간호를 시작으로 우리 역사상 주목할 만한 32개의 1면을 전시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서 캡처

다양성 정책이 채용 판단에 영향 미쳤나

특히 EEOC는 뉴욕타임스가 과거 발간한 다양성·포용성 보고서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흑인·라틴계 직원 비율 확대 목표와 리더십 내 여성 및 비백인 비율 증대 계획 등이 포함돼 있었다. EEOC는 이러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백인 남성 비율 감소를 수반하는 구조”였다고 판단했다.

또 뉴스룸 책임자들이 내부 메신저 슬랙(Slack)에서 다양성 채용 현황을 논의한 대화와 채용 관련 내부 서신도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EOC는 이를 통해 회사가 DEI 목표 달성을 위해 인종과 성별을 인사 결정 요소로 고려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이번 소송을 “정치적 동기가 있는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뉴욕타임스 대변인 다니엘 로즈 하는 성명을 통해 “회사 채용은 능력 중심이며, 세계 최고의 인재를 채용·승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인종이나 성별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가장 자격 있는 후보를 선발했다”고 밝혔다.

또 뉴욕타임스 측은 해당 직무가 서비스 저널리즘 경험을 요구했으며, 최종 채용자는 관리 경험과 해당 분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EEOC의 조사 방식이 통상적 절차를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ESG 시대의 역설…포용 정책이 소송 대상

이번 소송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반(反)DEI 기조와도 맞물린다. 현재 EEOC는 공화당 성향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위원장인 안드레아 루카스는 다양성 프로그램이 오히려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루카스 위원장은 성명에서 “엘리트 기관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인종이나 성별을 고려한 채용·승진은 다양성이라는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EEOC 민주당 측 위원인 칼파나 코타갈은 “기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소송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공개했다.

ESG 관점에서 이번 사건은 기업의 ‘사회(S)’ 영역 핵심 과제였던 다양성과 포용 정책이 법적·정치적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에서는 최근 DEI 정책이 주주가치, 인재 확보, 조직 혁신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받아들여져 왔지만,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커지며 규제와 소송 위험도 동시에 확대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기업들, 채용 및 인사 기준 재설계 신호

특히 ESG 공시와 지속가능경영 전략에서 다양성 지표를 적극 활용해온 글로벌 기업과 언론사들은 향후 채용·승진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계약 과정에서 DEI 우대 조항을 폐지하고, 기업들에 “불법적 차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추진해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인사 분쟁을 넘어, ESG의 사회적 가치와 법적 평등 원칙 사이 충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양성 확대를 위한 목표 설정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그리고 ESG 경영이 정치적 환경 변화 속에서 얼마나 지속가능한 전략이 될 수 있는지가 향후 미국 기업사회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