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늦추는 기업 40%…자율 보고 이어가는 기업도 40%”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및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체제에서 기업들의 지석가능성보고를 둘러싸고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PwC가 최근 공개한 2025년 글로벌 지속가능성 보고 설문 조사(Global Sustainability Reporting Survey 2025)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약 40%가 CSRD에 따른 법정 보고 시점을 2년 연기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비율(약 40%)의 기업은 법적 의무가 부과되지 않더라도 원래 일정대로 지속가능성 보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설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지난 한 해 동안 지속가능성 데이터와 통찰력을 제공하라는 내외부적 압력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압력이 감소했다고 답한 사람은 10% 미만이었다. 이미지 출처: 보고서에서 캡처.
PwC

투자자·소비자 압력 여전, 규제 완화에도 자율 공시 유지

EU가 올해 발표한 ‘stop-the-clock’ 지침을 감안해 기업들이 보고를 늦추거나 CSRD가 아니더라도 ISSB나 GRI 등 대체 프레임워크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Stop-the-clock’는 유럽연합(EU)이 CSRD 및 CSDDD(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의무 지침)의 일부 적용 일정을 일시적으로 연기하는 유럽연합 평의회 지침을 의미한다. 이 지침은 옴니버스(Omnibus) 패키지의 일부로 제시돼, 올해 4월 유럽의회에서 통과된 바 있다.

이에 따라 CSRD의 일부 기업 집단은 원래 예정된 보고 시점을 2년 정도 늦출 수 있다. 기업에게 유예 기간을 주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완화’적 수단이지만, 장기적으로 보고 요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기업 내부에서는 규제 완화 기조 속에서도 보고를 유지하려는 ‘자율 공시’ 흐름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투자자, 소비자,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압력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절반 이상 “보고 압박 더 커졌다”, "자원투입 늘렸다"

PwC 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응답 기업이 지난 1년간 내부 또는 외부적으로 지속가능성 정보 제공에 대한 압박이 더 커졌다고 답했다. 압력이 줄었다는 응답은 10%에도 미치지 않는다.

실제로 응답 기업 가운데 60% 이상이 보고를 위한 자원 또는 최고경영진의 시간 투입을 늘렸다고 답했으며, 자원 투입이 줄었다는 응답은 5%, 경영진 시간 투입이 줄었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

이처럼 제도 변화가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보고를 위한 내부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응답 기업 중 보고를 수행한 곳에서는 28%가 ‘상당한 가치(significant value)’를 도출했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 PwC는 단순 공시를 넘어 보고 데이터를 실제 경영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기업이 더 큰 가치를 얻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에서 ‘가치 창출’로…경영 의사결정에 연결해야

가치를 많이 창출한 기업일수록 보고 데이터를 사업 전략, 공급망 개선, 위험관리, 인재 변모, 투자 의사결정 등에 폭넓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기업은 보고 데이터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PwC는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보고를 반복 가능하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로 정착시키려면 조직 간 협업, 기술 시스템, 최고 경영진의 참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보고 역량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중앙화된 지속가능성 데이터 저장소, 배출량 계산 도구, 공시 관리 시스템 등 기술 인프라 도입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I 활용 비율은 지난해 11%에서 올해 28%로 거의 세 배 증가했으며, 주로 보고 초안 작성, 리스크 및 기회 탐색, 여러 시스템 간 데이터 통합 및 검증 영역에 활용되고 있다. ESG 공시 의무화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효율적인 해결책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지속가능성 보고를 위해 도구(기술)를 사용한 정도와 올해 사용 중인 정도에 대한 조사 결과 AI를 활용하는 비율은 작년 11%에서 28%로 거의 세 배 증가했다. 이미지 출처: 보고서 캡처
PwC

보고 데이터 전략적 자원화 해야 글로벌 경쟁력 확보

물론 대부분 기업은 아직 AI 도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완전히 워크플로우에 내재화한 수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PwC는 기계 기반 AI와 중개 AI를 결합한 미래형 보고 시스템을 고려할 경우, 기존 시스템이 덜 복잡한 기업이 기술 전환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무엇보다 보고 데이터를 내부 여러 부서의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ESG 경쟁력이 된다는 점에서 보고 조직, IT 시스템, 경영진의 참여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AI, 데이터 관리 플랫폼 등 기술 투자도 점차 필수적인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 또는 글로벌 투자 유치를 노리는 한국 기업은 불확실한 제도 환경 속에서도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전략적 자원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