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기업 온실가스 ‘조직경계’ 설정이 핵심 변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 기준과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결 기준으로 산정·공시해야 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그간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 대응 중심으로 개별 사업장 단위 산정에 익숙해, 연결 실체 전체를 반영하는 공시에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함께 「글로벌 공시기준에 따른 온실가스 Scope 1, 2 배출량 보고를 위한 조직경계 설정·배출량 산정 사례집」을 발간했다.
배출량 산정 방식에 따라 결과 크게 달라진다
사례집은 크게 조직경계 설정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온실가스 공시의 출발점은 ‘조직경계 설정’에 있기 때문이다. 이 설정은 어떤 기업과 사업장을 배출량 산정 범위에 포함할지를 정하는 작업이다.
이에 따르면 국제 표준인 GHG 프로토콜에 따라 지분율만큼 배출량을 반영하는 ‘지분율 접근법’, 재무적 지배력이 있는 경우 전체를 포함하는 ‘재무통제 접근법’, 실제 운영을 통제하는지를 기준으로 하는 ‘운영통제 접근법’ 등 세 가지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재무통제와 운영통제 접근법이 공시 실무에서 핵심적인 방법이다. 종속기업은 대부분 배출량을 100% 포함해야 하지만, 관계기업이나 공동기업은 통제 여부에 따라 포함 여부가 달라진다. 동일한 기업이라도 적용 방식에 따라 배출량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일관된 기준 설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사례집은 글로벌 공시 기준에 부합하는 Scope 1·2 배출량 산정 기준을 설명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은 스코프 1(Scope 1)과 스코프 2로 구분된다. 스코프 1은 공장·보일러·차량 등 기업이 직접 통제하는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이고, 스코프 2는 외부에서 구매한 전력이나 열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이다.
배출량 산정 ‘정확성 vs 현실성’...기업구조도 좌우
산정 방식은 활동자료에 배출계수를 곱하는 구조다. 데이터 확보 수준에 따라 설비별로 직접 측정하는 방식(Type 1), 사업장 단위로 집계하는 방식(Type 2), 비용이나 면적 등을 활용해 추정하는 방식(Type 3) 등이 있다.
정부는 가능하면 정확도가 높은 첫번째 유형과 두번째 유형을 활용하고, 세번째 유형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보조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무엇보다 실제 현장은 기업 구조에 따라 다양한 판단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종속기업은 재무·운영 통제가 모두 인정돼 배출량을 전부 포함해야 한다.
반면 관계기업은 재무통제가 없으면 제외되지만, 운영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경우에는 포함될 수 있다. 공동영업은 지분율만큼 반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공동기업은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소규모 자회사 제외 가능…공시 신뢰성 고려해야
또 해외 판매법인 등 소규모 자회사가 많은 기업의 경우,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법인을 일부 제외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전체 배출량 대비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사례집은 전체 배출량의 대부분이 일부 핵심 기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외 가능성을 설명했다.
배출량 산정 방식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보일러 등 고정연소는 연료 사용량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차량 등 이동연소는 연료 소비량이나 주행거리를 활용한다. 전력 사용에 따른 스코프 2 배출은 전력 사용량에 배출계수를 적용해 산정한다.
활동 자료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전력 요금으로 사용량을 환산하거나, 생산량·주행거리 등을 활용한 추정 방식도 허용된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정확도가 낮은 만큼 보조적 수단으로 제한된다. 모든 배출량은 IPCC 기준의 지구온난화지수(GWP)를 적용해 이산화탄소 환산량(CO₂-eq)으로 통합 보고해야 한다.
그동안 규제 대응 중심이었던 온실가스 관리가 투자자 중심의 공시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조직경계 설정 단계에서 어떤 기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시 비용과 배출량 규모도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재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