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2028년 자산 10조 이상 상장사부터 의무화...스코프 3 유예 등 기업 부담 완화

정부가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한다. 당초 초안보다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스코프3(공급망 배출량) 공시는 3년 유예하고, 도입 초기에는 포괄적 면책제도를 도입해 기업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8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을 확정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의무공시 대상 확대다. 지난 2월 발표한 로드맵 초안에서는 2028년 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었지만, 최종안에서는 기준을 10조원으로 낮췄다. 이어 2029년에는 자산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2030년에는 2조원 이상 기업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관계부처 합동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26.7.8.) 자료에서 캡처.

공시 대상 확대…법정공시로 직행

이에 따라 ESG 공시 대상은 2028년 약 291개사, 2029년에는 약 3171개사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공시 첫해에는 연결 기준 자산과 매출이 모두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시 방식도 바뀐다. 정부는 거래소 공시를 거친 뒤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기존 방안을 철회하고, 2028년부터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를 통한 법정공시를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재무정보와 동일한 시점에 공시하도록 해 투자자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이달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법적 책임 문제는 면책제도로 보완했다. 시행 초기 3년 동안은 고의적인 그린워싱을 제외한 공시 정보 전반에 대해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형사책임을 폭넓게 면제한다.

이후에는 미래 예측정보와 추정정보, 협력업체 등 제3자로부터 확보한 정보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공시한 경우 책임을 제한하는 세이프 하버(Safe Harbor) 제도를 적용할 예정이다.

인증은 2030년부터 의무화...연착륙 유도

기업 부담이 가장 큰 스코프3 공시는 기존 계획대로 3년 유예된다. 가치사슬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3는 공시 대상 기업별로 2031년부터 순차 적용된다.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 가운데 탄소다배출 업종이 아닌 기업은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시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3자 인증도 도입된다. 다만 인증시장 준비 상황을 고려해 의무공시 시행 2년 뒤인 2030년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 인증 범위와 수준, 인증기관 규율체계 등 세부 내용은 향후 자본시장법 개정 과정에서 마련된다.

정부는 의무공시 확대와 함께 기업 지원에도 나선다. 주요 산업별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해 공시 실무를 지원하고, 한국형 기후리스크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기업들이 기후 리스크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업종별 스코프3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급망 ESG 플랫폼 구축, ESG 컨설팅 및 정책금융 지원도 병행한다.

이번 로드맵은 글로벌 투자자의 ESG 정보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의 공시 부담을 완화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공시 대상은 확대했지만 면책제도와 단계적 시행, 정부 지원책을 함께 도입해 제도의 연착륙을 유도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관계부처와 금융당국, 산업계가 참여하는 실무 워킹그룹을 통해 세부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