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등급 높은 기업, 장기 수익률도 높았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기업의 장기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지수평가사 MSCI가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은 장기적으로 더 나은 수익 성장과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였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MSCI는 최신 보고서 '글로벌 주식 시장의 ESG 등급: 장기 성과 검토'에서 "2007년 이후 글로벌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ESG 등급이 높은 기업들은 낮은 등급의 기업보다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MSCI ACWI(전세계 주식)와 MSCI World(선진국 주식) 지수를 기준으로 11~17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ESG 상위 20% 기업(상위 5분위)이 하위 20% 기업(하위 5분위)보다 장기 누적수익률이 뚜렷하게 높았다.

ESG가 재무 성과 및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 ESG 특성 차이와 기업의 기본적 성과 차이를 거쳐 시장 가격 성과 차이로 이어지는 전달 경로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 기업 성과, 기업별 위험, 그리고 기업이 노출된 체계적 위험을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자료 출처: MSCI ESG 리서치 이미지 출처: MSCI 보고서
MSCI

유틸리티·소재·IT 산업이 ESG 경영 효과 봤다

특히 ESG의 세 가지 축인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이 각각 주가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세 요소를 통합한 ESG 종합 등급이 훨씬 더 강하고 안정적인 초과수익률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은 ‘이미지’만 좋은 기업이 아니라, 실제로 수익 변동성이 낮고 장기 이익 성장률이 높았다. 이는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과 경영 리스크 관리 능력이 ESG 평가와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ESG 테마 투자가 ‘군중심리(crowding)’로 인한 주가 왜곡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MSCI의 분석은 이를 부정했다.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의 주가 상승은 주가수익비율(P/E)의 확장이 아닌, 이익 증가와 배당 확대에 의해 설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ESG 투자 수익은 시장의 유행이 아니라 기업의 실질적인 성과 개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MSCI는 산업별 성과 차이도 제시했다. 11개 산업 중 8개 산업에서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우수한 성과를 냈으며, 특히 유틸리티·소재·정보기술 부문에서의 초과수익률이 두드러졌다. 반면 에너지와 부동산 부문은 소폭의 부진을 보였다.

탄소집약 산업, 선진국선 ‘프리미엄’…신흥국선 역효과

흥미로운 점은 탄소집약적 산업의 지역별 차이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높은 ESG 등급을 받은 에너지·소재 기업이 명확한 초과수익을 보였지만, 신흥국에서는 반대로 낮은 성과를 기록했다.

MSCI는 “선진국이 이미 탄소 감축 정책과 시장 인센티브를 강화한 반면, 신흥국은 아직 석탄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두 차례의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도 ESG의 방어력은 입증됐다.

세계적으로 큰 충격에 몰아넣었던 두 위기 사례 모두에서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의 주가는 시장 평균보다 낙폭이 작았고, 변동성도 낮았다. MSCI는 “위기 시기일수록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위험관리·지배구조·사회적 신뢰 측면에서 복원력(resilience) 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ESG는 비용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 척도로 다룰 때

국내 기업도 ESG를 경영성과에 호응하는 내재적 역량으로 다뤄야 한다. 특히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ESG를 비용 차원으로 고려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입의 ‘공통 언어이자 경쟁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가령 환경(E) 부문에서는 탄소배출 감축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자원 순환 구조를 혁신하고, 사회(S) 부문에서는 공급망 관리와 근로환경 개선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또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ESG는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를 평가하는 지표'로서 “기업의 장기 수익성·이익 안정성·배당 지속력 등 핵심 펀더멘털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SG 등급이 시장 성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었다"면서" 투자자들은 ESG를 윤리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재무적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