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업용 종이병 공장…연 4000만개 생산

영국 포장 기술 기업 펄펙스(Pulpex)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인근에 첫 상업 규모의 섬유 병 제조 공장을 개설했다. 시제품 개발과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산업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플라스틱과 유리 포장재를 대체할 종이 기반 포장 기술의 상용화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속가능한 포장'을 지향하는 펄펙스는 이번 공장의 초기 생산능력이 연간 최대 4000만개에 이르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라이선스 생산망을 통해 연간 10억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장 가동으로 약 39개의 숙련 제조 일자리도 창출된다. 영국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와 스코틀랜드 국립투자은행(Scottish National Investment Bank)의 투자 지원도 받았다. 두 기관은 2025년 펄펙스의 첫 상업 규모 제조시설 구축을 위한 78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D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다.

이미지 출처: 펄펙스 홈페이지에서 캡처.

플라스틱 없는 목재 펄프 병…기존 생산·재활용 체계 활용

펄펙스의 섬유 병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목재 펄프를 원료로 사용하며, 제품 설계상 숨겨진 플라스틱을 포함하지 않는다. 기존 가정용 종이·판지 재활용 체계에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기존 충전 설비와의 호환성을 고려해 브랜드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대폭 변경하지 않고도 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회사는 일반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펄프를 원료로 활용하고, 라이선스 제조 파트너에게 검증된 생산 시스템과 공급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포장재 도입에 필요한 설비 투자와 공급망 구축 부담을 낮추고, 지역별 제조업체가 현지 시장 수요와 재활용 인프라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상업적 수요도 확보했다. 펄펙스에 따르면 글래스고 공장의 해당 회계연도 초기 가용 생산능력 가운데 90% 이상이 이미 판매됐다. 고객은 식품과 비식품 분야에 걸쳐 있다.

영국의 생수 브랜드 퓨어리 스코티시 내추럴 미네랄워터(Purely Scottish Natural Mineral Water)는 펄펙스의 섬유 병을 활용한 천연 미네랄워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유럽·아시아로 생산망 확대…글로벌 소비재 기업과 협력

생활용품 기업 스몰(smol)은 액체 세탁세제 제품에 섬유 병을 도입해 기존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체하고 있다. 회사는 식음료와 생활용품, 개인 위생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과 협력해 추가 제품 출시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생산망 구축도 진행 중이다. 스위스 제지·포장 기업 페를렌 인더스트리홀딩(Perlen Industrieholding AG)은 펄펙스의 첫 유럽 생산 파트너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남부 지역의 독점 생산권을 확보했다. 자체 브랜드인 페를렌보틀(PerlenBottle)도 시장에 선보였다.

인도에서는 경질 포장재 제조업체 알터닉(Alternicq)이 인도와 걸프협력회의(GCC) 지역의 독점 시장 개발권을 확보했다. 향후 정식 라이선스 생산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펄펙스는 2020년 설립된 영국 기업으로, 파일럿 라이트(Pilot Lite)와 디아지오(Diageo)를 비롯해 유니레버(Unilever), 펩시코(PepsiCo), 캐스트롤(Castrol), 할레온(Haleon),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과 협력해 왔다.

실제 환경적 효과는 차단 성능, 재활용 등 지켜봐야

이번 공장 개설은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과 영국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등 포장재의 재활용성과 환경 영향을 둘러싼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다만 실제 환경적 효과는 제품별 차단 성능과 내용물 보존 조건, 운송 방식, 수거·재활용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샌디 웨스트워터 펄펙스 최고경영자(CEO)는 “글래스고 시설 개장은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산업 모델을 입증하는 중요한 순간”이라며 “실제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라이선스 생산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육상과 해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윈스턴 펄펙스 상무이사 겸 최고과학·지속가능성책임자(CSSO)는 “연간 4000만개 생산능력을 갖춘 글래스고 공장은 전 세계 10억개 생산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펄펙스는 글래스고 공장을 글로벌 라이선스 생산망의 표준 모델로 삼아 해외 제조 파트너를 확대할 계획이다. 자체 공장 증설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존 포장재 제조업체에 기술과 생산 시스템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생산 규모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회사의 목표인 연간 10억개 생산이 실현되려면 해외 파트너의 생산능력 확충과 함께 제품의 품질·성능 검증, 실제 재활용 체계와의 호환성 확보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